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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NA Jul 12. 2021

스페인 독감, 에이즈, 그리고 코로나-19

남궁석, 《바이러스, 사회를 감염하다》


코로나 19(COVID-19) 대유행 이후 쏟아져 나오는 게 바이러스 관련 책이다. 그런데 가만 보면 바이러스나 세균 감염까지 포함하는 인류 감염의 역사를 되짚어 보거나, 코로나 19의 사회적 영향 등에 대해서 전망하는 책들이 대부분인 걸 알 수 있다. 그런 책들 가운데는 수준이 매우 높고, 또 아주 새겨 읽어야 하는 부분이 많은 책들이 많다. 하지만 아쉬움이 없는 것은 아니다. 과학에 관한 얘기가 부족한 것이다. 과학이 들어가지 않은 바이러스 관련 책이 없을 수는 없지만, 지금 상황에선 좀 더 깊이 있는 과학적 이해가 필요할 듯 한데 그걸 충족시켜 주는 책은 의외로 그리 많지가 않다.


그 이유 중 하나는 과학자가 직접 쓰는 책이 부족하다는 것이고, 또 반대로 과학자가 쓰는 책의 경우는 필력이 부족한 경우가 많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바이오스펙테이터가 내는 책들에 상당히 관심을 갖는데, 과학자가 쓰는 과학책이란 점에서, 그리고 충분히 수준 높은 내용을 꽤 잘 정리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꽤 도움도 된다. 물론 해당 과학 분야에서 보면 어쩌면 상식과 같은 것일 테지만, 그 상식이 사회에서는 아직 상식이 되고 있지 않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또 그런 과학에 관한 책을 쓰는 게 그 과학자의 입장에서 해당 과학을 수행하는 데 큰 도움이 되지 않을지 모르지만 시도한다는 것 자체가 고맙기도 하다.


남궁석 박사의 책은 이미 여러 권째다. 모두 흥미로웠다. 특히 최신의 연구 개발 성과를 다룬 책의 경우 동료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데 크게 도움이 되었다. 과학자라도 자신의 분야를 조금만 벗어나면 거의 깡통 수준이 되는 경우가 많은데, 깡통 수준을 면하게 하는 데 이보다 적절할 수 없었다.


이번에 낸 바이러스에 관한 책 역시 암치료제 개발과 비슷한 방식의 책이라고 할 수 있다. 모든 바이러스, 바이러스 감염을 다루는 것이 아니라 현대에 들어와서 인류에게 커다란 영향을 준 세 가지 바이러스에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으며, 그 바이러스가 감염을 일으키는 방식, 바이러스에 대한 면역을 획득하는 방식, 바이러스 감염에 대한 치료약과 백신의 작동 방식과 개발 상황 등에 대해서 다루고 있다. 사실 이런 내용들은 이 분야의 사람들이라면 술술 이야기할 수 있는 수준의 것일 수도 있지만, 이 분야를 조금이라도 벗어난 사람이라면, 특히 일반인이라면 과학적 지식이 뒤죽박죽으로 일관되게 설명하고 이해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대학 1학년 수준의 일반생물학 수준의 면역학, 바이러스학 수준을 바탕으로 1918년의 인플루엔자 팬데믹, 1980년대 이후의 에이즈, 그리고 지금의 코로나 19의 경과와 특성을 체계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사회의 성숙도를 평가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될 수 있다. 나는 그중 하나가 상식의 수준이라고 본다. 상식의 수준이 높은 사회는 가짜 뉴스에 쉽게 휘둘리지 않는다. 어떤 위급 상황이 생겼을 때 좀 더 의연하게 대처할 수 있다고 본다. 정부라든가 사회의 대응의 적절성을 스스로 판단할 수 있고, 능동적으로 참여할 수 있다. 그리고 상식 중에서도 과학의 상식은 상당히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고 생각한다. 한 사회의 과학 수준은 과학자의 활동 수준만으로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 사회 구성원의 과학 수준이 어느 정도 되느냐에 따라 전체 과학 수준이 결정되고, 과학자의 활동 수준 역시도 사회의 과학 수준과 병행한다고 본다.


나는 이 책이 한국 사회에서 바이러스 감염에 대한 사회적 과학 수준을 높일 수 있는 책이라고 평가한다. 정말 많이 읽었으면 좋겠다는 것은 당연하고, 더 중요하게는 많은 사람이 이런 책을 읽을 수 있는 수준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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