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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NA Jul 11. 2021

정확하고 아름다운 글을 쓰기 위하여

김정선, 《동사의 맛》


그래도 매일매일 이러저런 글을 쓰면서 어법에 맞는 글을 쓰려고 한다. 물론 잘못된 어법도 상당히 남아 있겠지만 말이다. 그런데 스스로도 불만스럽고 마뜩찮게 생각하는 게 여럿 있다. 그중 대표적인 게 동사에 관한 것이다. 직업이 직업인지라 개념어를 많이 쓰다보니 동사도 그런 개념어, 즉 ‘명사’에 ‘하다’나 ‘되다’와 같은 어미를 붙여 동사를 쓰는 경우가 허다한 것이다. 그렇게 쓴 글을 읽어보면 스스로도 영 마음에 들지 않는다. 우리말로 쓴 것 같아 보이지 않는 것이다.


아마도 많은 이들이 그런 생각을 많이 하는 것 같다. 김정선의 《동사의 맛》이라는 책이 2015년 이후 13쇄나 찍어냈다는 걸 보면 그렇다. 낱말 쓰임에 대한 책이 이런 반응을 보인 경우가 얼마나 있었는지 궁금한데, 이 책이 이만큼 찾아 읽히는 이유는 여러 가지겠지만 그중 하나 하나는 바로 ‘동사’의 쓰임을 다루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문장과 말의 맛을 더하고, 우리글과 우리말을 우리 것 답게 하고, 풍부한 느낌을 주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동사다.


물론 그것만이 이 책의 인기, 그리고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가치의 이유는 아니다. 많은 동사를 다룬 것도, 많은 예문을 담은 것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나는 이 책이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고 많이 읽히는 이유가 따뜻함, 혹은 친근함 때문이라고 여긴다. 특히 1부에서 남자와 여자를 등장시켜(그들이 실제 인물인지 아닌지는 관심 밖이다) 그들의 덤덤하면서 안타까운 사랑 이야기다. 함께 말의 쓰임에 대해 설명하는 것이 그런 느낌을 들게 하는 결정적 요인이다. 그리고 어떤 것은 되고, 어떤 것은 어법에 어긋난다는 표현도 냉정하게 읽히지 않고 따스하게 여겨진다. 엇비슷한 단어를 하나의 문장 안에서 비교하면서 쓰는데, 그런 부분들에선 깊은 내공과 함께 저자의 재치를 느끼며 빙긋이 웃게도 된다.


책을 읽으며 그동안 잘못 쓰고 있던 말과 글이 적지 않았다는 걸 알게 된다. 대표적으로 ‘잊혀진 계절’이 아니라 ‘잊힌 계절’이라는 것. ‘추스르다’가 맞고, ‘추스리다’는 잘못 쓴 말이라는 것. 또 헷갈리기 쉬운 말을 구분하는 법도 여럿 배운다. 이를테면 ‘되’와 ‘돼’ 같은 경우, ‘되’ 대신 ‘하’를, ‘돼’ 대신 ‘해’를 넣어보면 된다고 한다. 비슷한 말인데 정확한 의미를 구분하는 것도 많다. ‘조리다’와 ‘졸이다’가 그런 차이가 있다는 것은 전혀 생각지 못했던 것이다.


이 책에서 몇 차례 언급하고 있는 대로 새로이 표준어로 편입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말과 글이 변한다는 걸 의미하고, 지금 잘못 쓰이는 말이 ㅁ낳은 사람들이 쓰다보면 인정받고 옳은 표현이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그렇다고 무조건 많이 쓰는 말을 옳은 표현이 아닌데도 아무 생각 없이 써도 된다는 얘기는 아닐 것이다. 정확한 표현이 아름다운 표현이 될 수 있다. 이 책은 그걸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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