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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NA Jul 14. 2021

우리는 놀라운 세상에 살고 있다

마들렌 치게, 《숲은 고요하지 않다》


바이오커뮤니케이션(Biocommunication). 생물과 생물 사이에 벌어지는 소통, 즉 자연에서 벌어지는 온갖 소통에 대해 이야기한다. 겉으로 보기엔 평온해 보이는 숲이지만, 조금만 들여다보면, 조금만 귀 기울여 보면 생존을 위한 몸부림이 가득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마들렌 치게는 바로 그 생물들의 처절하고도 아름다우며, 신비한 몸부림을 기록하고 있다.


그 몸부림은 다양하다. 시각적인 것, 청각적인 것, 화학물질에 의한 것, 그리고 우리가 아직은 잘 모르는 어떤 수단을 통해서 생물들은 소통한다. 세균과 고(세)균에서, 단세포 원생생물, 균류, 동물, 식물 할 것 없이, 같은 종 사이에서는 물론이고, 서로 다른 종, 서로 다른 계(kingdom) 사이에서도 소통은 이뤄진다. 우리는 이제 그것들을 조금씩 포착해가고 있다. 물론 아직은 아주 일부만을 포착해내고 감탄하고 있지만, 우리가 알아가는 생물들 사이의 소통은 점점 늘어날 것이 분명하다.


마들렌 치게라는 아마도 박사학위를 받은 지 그리 오래되지 않은 소장 연구자가 쓴 이 책은 보석 같은 책이다. 일단 정말 많은 정보를 담고 있다. 어떻게 이러한 내용들을 다 모았는지, 아니 그걸 넘어서 소화해냈는지 놀라울 따름이다. 하나하나의 내용이 한 편의 논문일 것이고, 그 논문 한 편을 쓰기 위해서 연구자들이 들였을 노력을 생각하면 그 내용이 이렇게 한 문단, 한 문장으로 요약되는 것이 아쉽기도 하지만, 그렇게 요약되지 않으면 여기에 담은 내용을 자세히 설명한다면 책의 두께는 하염없이 두터워질 것이 뻔하다. 그만큼 이 책은 자연의 신비를 ‘많이’ 담고 있다.


그렇다고 그렇게 한 문단, 한 문장으로 요약한 내용이 부실한가? 절대 그렇지 않다. 그 한 문단, 한 문장으로도 연구자들의 피땀 어린 작업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바이오커뮤니케이션에 관한 책인데, 저자의 커뮤니케이션 능력부터 갖추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그게 딱딱하지 않다는 것도 놀라운 일이다. 말하자면 문학적이라는 얘기인데, 과학의 내용이 분명한데도, 그 문장을 이해하기 위해서 논리를 따지는 게 아니라 문장의 아름다움과 서술의 부드러움을 더 느낄 수 있다.


또 한 가지 이 책을 보물처럼 보이는 이유 중 하나는 표지다. 나무와 새들로 숲을 만들었다. 이처럼 단순하면서도 책의 내용을 잘 살리고, 아름다운 표지는 그렇게 흔하지 않다.


숲은 고요하지 않다. 도시에서도 생물들은 놀라운 속도로 적응하면서 살아가고, 또 소통한다. 우리 곁의 나무들도, 우리 발밑의 개미들도, 벌레들도, 우리 몸속의 미생물들도 그렇다. 우리는 놀라운 세상에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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