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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NA Jul 17. 2021

헛소리 까발리기, 똑똑하게 살아가기

칼 벅스트롬, 제빈 웨스트, 《똑똑하게 생존하기》


세상에는 헛소리가 넘쳐난다. 정보의 흐름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헛소리는 늘어나고, 헛소리의 전파 속도는 급속도로 빨라졌지만 우리는 헛소리를 헛소리라 인식하지 못하고, 갈팡질팡거린다.


그런데 헛소리란 과연 무엇일까? 누가 어떤 목적으로 만들어내고, 어떤 특성을 가지고 있으며, 어떻게 전파될까? 그리고 헛소리가 헛소리라는 것은 어떻게 알아낼 수 있을까? 워싱턴대학교에서 함께 ‘헛소리 까발리기’라는 강의를 공동으로 진행하고 있는 칼 벅스트롬과 제빈 웨스트는 바로 이 헛소리에 관한 질문들에 답하고 있다. 칼 벅스트롬은 진화생물학자이고, 제빈 웨스트는 정보학자(생물학에서 학위를 받긴 했지만)이다. 헛소리가 바로 정보의 진위를 왜곡하고, 정보의 흐름을 타고 전파되고, 그것을 헛소리라는 것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과학적 사고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과학자와 정보학자의 조합은 충분히 이해할 만하다.


‘헛소리(Bullshit)’이란 무엇일까? 헛소리는 다양한 형태를 가지고 있지만, 기본적으로 정보의 왜곡이라고 할 수 있다. 정보의 축소 내지는 과장, 정보의 일부분을 가지고 그 함의를 왜곡하는 것 등등이 그렇다. 프랑크푸르트라는 철학자는 헛소리를 “사람들이 자기 말이 진실인지 거짓인지, 옳고 그른지 신경 쓰지 않고 상대방을 감동시키거나 설득하려고 할 때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했다. 불명확한 바탕, 엉성한 사상이 그 특징이며,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진실을 알게 하는 것보다는 설득, 감동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다. 당연히 언어라는 것이 존재하는 순간부터 헛소리는 존재해 왔을 것이지만, 현대의 헛소리는 좀 다른 모습을 띤다. 바로 수학, 과학, 통계학의 언어를 사용하는 경향이 많다는 점이다. 숫자, 그림, 통계, 데이터 그래픽을 통해 엄격하고 정확한 인상을 주며, 더욱 정보를 받아들이는 사람들을 미궁으로 밀어 넣는다.


칼 벅스트롬과 제빈 웨스트는 다양한 헛소리의 사례와 그게 왜 헛소리인지를 밝혀내고 있다. 우선은 인과 관계에 관한 것이다. 종종(사실은 종종보다는 훨씬 자주) 상관관계는 인과관계로 둔갑한다. 사실 어려운 문제이기도 한데, 의도적일 때도 있지만 전혀 의도하지 않으면서도 이를 구분하지 못해 상관관계를 인과관계로 판단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러한 사례를 다양하게 제시하고 있는데(이를테면 마시멜로 테스트라든가, 사회학 박사 학위 수여자의 수와 항응고제로 인한 사망자의 관계 등), 어떤 경우는 어의가 없지만, 많은 경우 이에 현혹된다(대표적으로 MMR 백신 접종과 자폐증과의 관계). 상관관계를 인과관계로 파악하는 것은 근거 없는 비약이다.


또한 숫자를 매개로 한 헛소리도 많다. 역시 유구한 헛소리의 사례이기도 하며, 인과관게처럼 쉽게 빠져나오기 쉽지 않은 헛소리이기도 하다. 여기에는 ‘굿하트의 법칙’(측정치가 목적이 되면 올바른 측정은 불가능하다)도 포함되고, 의미 없는 수학의 오용도 포함한다(이를테면, VMMC 품질 방정식 같은 것). 구체적인 숫자를 제시하거나, 멋있는 방정식으로 표현하면 사람들은 보다 신뢰감을 갖게 되지만, 잘 들여다보면 정보를 왜곡하고 있는 경우가 허다하며, 또 의미 없는 경우가 많다. 숫자 역시 인간의 결정이 만들어내는 것이란 걸 잊지 말아야 한다.


그 다음으로 파헤치고 있는 것은 선택편향이다. 특정한 것만 선택하거나 배제하는 방식으로 보고 싶은 것만 보고 판단하게 하는 것을 말한다. 버스 간격이 규칙적이지 않을 때 기다리는 시간의 문제는 그나마 누구에게 피해를 주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어떤 건강 프로그램이 건강과 의료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선택편향은 중요한 정책에 대한 잘못된 판단으로 이끈다.


또한 위의 헛소리들은 데이터에 대한 시각화를 통해 더욱 왜곡시켜 전달된다. 많은 경우 단지 숫자로 제시되기보다는 그 숫자가 그래픽을 통해 제시되는 경우가 많다. 그런 데이터의 시각화는 상황을 보다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하지만, 또한 거짓말하지 않으면서도 데이터를 왜곡해서 전달하는 경우가 생긴다. 어느 한 구간만 보여줌으로써, 서로 다른 스케일을 이용해서 비교함으로써 그래픽의 넓이는 임의로 조정함으로써(숫자는 바꾸지 않으면서도) 의도적으로 정보를 비틀어 버릴 수가 있다. 또한 전혀 그래픽으로 나타낼 필요가 없는 것을 그래픽으로 나타내면서, 굳이 3차원으로 나타낼 필요가 없는 정보를 화려하게 치장하면서 엉뚱한 정보를 전달하거나 중요한 내용을 놓치게 하는 경우도 많다. 모두 헛소리다.


빅데이터도 저자들의 레이더를 비켜 나가지 못한다. 현대에 들어오면서 빅데이터를 이용하는 분야가 늘어나는 것에 비추면, 이에 대한 비판은 다소 의외일 수도 있지만, 이는 상관관계와 인과관계의 혼돈을 이해한다면 당연한 비판이다. 빅데이터 자체가 인과관계를 포기하고 상관관계만을 통해 현상을 파악하고자 하는 것이니 말이다. 빅데이터 역시 사람이 데이터의 품질을 좌우할 수 밖에 없으니 사람의 편견이나 실수에 취약할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얼굴 특징으로 범죄자를 알아낼 수 있다는, 터무니 없는 얘기가 나오고(범죄자와 비범죄자에 대해 서로 다른 종류의 사진을 이용했다), 늑대와 허스키를 구별하는 데 컴퓨터 프로그램이 ‘눈밭’을 가장 중요한 단서로 삼을 수 있는 것이다.


과학이 헛소리를 한다는 것은 어떤 사람에게는 의외일 수도 있겠지만, 사실은 어쩌면 가장 취약한 분야일 수도 있다. 여기서 대표적으로 언급하고 있는 것은 p-해킹이다(조던 자이던의 《오늘의 화학》에서도 자세히 언급하고 있다 http://blog.yes24.com/document/14316576). p-해킹을 통해 상관관계와 인과관계의 문제, 선택편향의 문제 등등이 여실하게 드러난다. 또한 과학자들이 쓴 논문이 몇 단계를 거치며 보도자료, 언론, 블로그 등으로 옮겨갈 때 왜곡되고, 과장되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저자들은 과학은 이러한 문제를 바로잡을 수 있는 메커니즘을 갖추고 있다고 쓰고 있다(“과학이라는 제도 전체는 튼튼하다”). 과학이 아니면, 사실 위의 여러 헛소리를 잡아내는 데 많은 무기를 잃어버릴 수도 있다.


그렇다면 헛소리는 어떻게 알아차릴 수 있는 것일까? 저자들은 다음과 같이 목록화하고 있다.

정보의 출처에 의문을 품어라.

불공평한 비교를 조심하라.

너무 좋거나 너무 나빠서 도저히 사실일 것 같지 않다면... (잘못된 정보일 가능성이 매우매우 높다)

자릿수를 생각하라. (페르미 추정이라는 방법에 익숙해져야 한다. 어렵진 않다.)

확증 편향을 피하라. (즉, 극단적인 주장은 피해야 한다.)

복수의 가설을 고려하라.


헛소리는 심각하다. 하지만 헛소리를 하는 사람들만 문제 삼을 수는 없다. 우리도 알게 모르게 헛소리를 하며, 헛소리를 헛소리로 파악할 수 있는 자세와 능력을 키우는 것이 필요하다. 바로 그게 현대 사회에서 ‘똑똑하게 생존하는’ 법이다. 좀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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