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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NA Jul 18. 2021

미국 문화와 미국 영어

이창봉, 《미국이라는 나라 영어에 대하여》


환유(metonymy, 換喩)

어떤 사물을, 그것의 속성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다른 낱말을 빌려서 표현하는 수사법. 숙녀를 ‘하이힐’로, 우리 민족을 ‘흰옷’으로 표현하는 것 따위이다.


환유는 제유나 대유와는 다르다고 하는데, 은유와도 다른 방법이라고 한다. 물론 이를 구분하는 것은 쉽지 않다(일반인이 굳이 구분한 필요도 없다). 그런데 이 환유는 다른 비유법보다 문화와 역사를 반영하는 경우가 많다. 언어 자체가 한 사회, 국가의 역사와 문화를 반영하지만, 사물의 속성과 상황을 가져와 표현하는 방법이 환유법이기 때문에 더욱 역사와 문화를 더 밀접하게 반영하고, 또 다른 사회에서의 표현법과 구분될 수 있다.


이창봉의 《미국이라는 나라 영어에 대하여》는 바로 ‘미국’ 영어에서의 환유를 통하여 미국의 문화를 이해하고, 또 나아가 고급스런 영어를 쓸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기획이다. 이창봉 교수의 전공이 화용론(pragmatics)라고 되어 있는데, 이 낯이 익지 않은 학문 분야가 바로 “현실적으로 주어진 언어 자체만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언어를 있게 하는 언어의 주변을 설명하는데 주력하는 언어학의 한 분야”다. 즉, 환유에 대한 연구라고도 할 수 있는 것이다. 이를테면, ‘cloud nine’이라든가, ‘My two cents’라든가, ‘cross one’s fingers’라고 하는 표현들은 우리말로 표현하면 영어 화자의 의도를 전혀 나타내지 못하는 것들이다. 이런 표현들이 미국 사회의 역사와 문화에서 어떤 맥락을 가지고 있고, 어떻게 그와 같은 의미를 가지게 되었는지에 대한 얘기다.


이창봉 교수는 아마도 이 책이 영어 학습서로서의 비중을 더 많이 생각하는 듯하지만, 나는 고급스러운 영어 표현을 익힐 수 있기도 하지만, 그 표현에 깃든 미국 문화를 이해하는 데 더 큰 비중을 두고 읽을 수 있었다. 기독교와 물질주의 내지는 자본주의가 얼마나 미국 문화에서 중심을 차지하고 언어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에서부터 시작하여 미국 사회의 폭력성, 공격성, 그들이 자립정신의 상징인 자동차 문화 등을 언어를 통해 엿볼 수 있었다. 또한 그들의 일상 문화인 의식주(술에 관해서는 음식에서 분리해서 따로 장을 두고 있다), 교통, 법 생활에서 특수한 의식이 언어에 어떻게 담기는지도 보여주고 있다.


그런데 보다보면 우리말에서의 표현과 미국 영어의 환유가 매우 유사한 경우가 많다는 걸 볼 수 있다. 또한 미국 영어의 관습적 표현이 그대로 스며들어 온 경우도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래서 이게 왜 미국 영어의 특수한 표현이지 싶은 것도 없지는 않다. 그만큼 인간성이 보편적인 면이 많으며, 점점 문화가 서로 스며들며 영향을 주고 있다는 얘기다(물론 이 문화의 파급이 한 방향이 너무 우세하다는 문제가 없지는 않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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