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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NA Jul 19. 2021

실험으로 배우는 수학

라이이웨이, 《수학, 풀지 말고 실험해 봐》


수학 문제를 푼다고 생각해보자.

일단 계산기는 안 된다. 그리고 자와 각도기도 없어야 한다. 오로지 머리와 연필로!

이게 수학 문제를 대하는 일반적이고, 표준적인 자세다.

그런데, 실험이라니!


하지만 수학도 기본적으로 쓰임새를 위해서 시작한 학문이고, 그건 지금도 그렇다. 생활에서의 쓰임새를 위한다면 실제 사물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야 당연한 것이다. 그러니 수학의 실험이라는 것도 얼토당토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사실 초등학교 시절 반드시 자와 각도기는 필수이기도 했다.


개인적으로는 수학의 원리를 익히는 데 무조건 실제의 사물을 통하거나, 실제의 상황을 연길시킬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생각해보면 그냥 추상적으로 상상하는 수학보다 실제 사물을 두고 재고, 자르고 접으면서 깨우쳐가는 수학이 훨씬 생동감이 있고, 흥미롭다. 그게 수학의 진면목을 보여줄 수 있다면 금상첨화이기도 하다.


라이이웨이의 《수학, 풀지 말고 실험해 봐》는 바로 그런 수학의 맛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실험 열다섯 가지를 소개하고 있다. 대체로는 어린 학생의 관점에서 수학에 관심 갖도록 하기 위한 내용들이지만, 그 내용들을 보면 중고등학생이나 성인들이라고 해서 시시하다고 여길 내용들은 아니다. 여러 가지 생활에서의 갸웃거리던 질문에 대한 대답도 있고(케이크의 크기를 잰다거나, 케이크를 똑같이 자르는 문제, 책상을 흔들리지 않게 놓는 방법 등), 신기한 모양 만들기(꽃 그리기 같은 것), 마술과 같은 것(줄어들지 않는 초콜릿, 동은을 작은 종이 구멍으로 통과시키는 마술) 들이 그런 것들이다.


개인적으로 무척 흥미롭게 읽은 것은 두 가지다.

첫 번째는 맨홀 뚜껑을 둥글게 만드는 이유이고, 두 번째는 굴러다니는 삼각형인 ‘뢸로 삼각형’에 관한 내용이다.

맨홀 뚜껑이 직사각형이 아니고, 원으로 만드는 이유는 그게 밑으로 떨어지기 쉽지 않기 때문인데, 원의 경우 가장 긴 게 지름인데, 맨홀을 받치는 홈이 조금만 있더라도 그것을 통과하기 쉽지 않은 반면, 사각형의 경우는 대각선이 한 선분의 길이보다 크기 때문에 쉽게 빠져나갈 수가 있다는 것이다. 모르는 내용은 아니지만 거의 생각해보지 않았던 것이다.

그리고 뢸로 삼각형은 가끔 보는 것인데, 그 이름도 몰랐거니와 어떻게 만드는지, 어떻게 구를 수 있는 것인지 원리적으로 잘 몰랐던 것이다.

수학을 다양한 방향에서 접근하는 책들이 나오는 이유는 분명히 있다. 그만큼 필요하다는 이유도 있고, 또 그만큼 정석대로 설명해서는 이해가 쉽지 않고, 흥미를 잃기 쉽다는 이유도 있다. 이런 다양한 접근 방법 중 어느 하나라도 한 어린 학생에게 수학에 대한 흥미를 불러일으키고, 그게 오랫동안 지속된다면 이런 노력들이 충분히 의미를 가질 것이다.

라이이웨이의 《수학, 풀지 말고 실험해 봐》도 그 시도 가운데 상당히 독특하면서도 또 의미 있는 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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