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ENA Jul 20. 2021

인플레이션의 속성과 역사

하노 벡, 우르반 바허, 마르코 헤르만, 《인플레이션》


경제 현상을 설명하는 방식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중 피부에 가장 와닿는 것 중 하나는 바로 물가다. 물가(物價)를 그냥 풀이하면, ‘물건의 가격’ 정도가 되겠지만, 이를 경제적으로 풀이하면 ‘돈의 값어치’다. 좀 더 넓게 보면, 돈이 가지는 속성 등을 파악하는 것이 경제를 이해하는 첩경이라는 시각이 나온다. 이는 역사적으로 수차례 겪었던 인플레이션이라는 경제 현상으로 이어진다.


역사를 뒤흔든 인플레이션의 대명사로 일컫는 것이 바로 1차 세계대전 이후 독일(정확히는 바이마르 공화국)의 초(超)인플레이션이다. 벽지 대신 지폐를 사용했을 정도로 돈의 값어치가 땅에 떨어졌고, 그 여파로 히틀러와 나치가 등장했다. 그러므로 인플레이션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았을 때 국가, 나아가 인류의 비극이 온 것이다. 경제를 정치와 연관 짓지 않을 수 없지만, 인플레이션이라는 현상은 더더욱 그렇다.


당당히 ‘인플레이션’이라는 제목의 책을 쓴 이들은 바로 그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고통을 처절히 맛보았던 독일의 경제학자들이다. 따라서 그들은 인플레이션이라고 하는 현상을 냉정하게 볼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인플레이션이라고 하는 현상이 어떻게 발생하며, 역사적으로 어떤 사례를 남겼는가를 분석하고, 이에 대한 대비는 어떠해야 하는지를 제시하고 있다. 저자들은 바로 이런 인플레이션의 속성과 역사를 잘 이해하고 파악하는 것이야말로 부의 탄생, 부의 현재, 부의 미래를 아는 첩경이라는 관점에서 이 책을 쓰고 있다.


돈이 생겨나면서 인플레이션은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다. 명목가치와 실질가치가 차이가 나는 화폐, 특히 지폐가 발명되면서는 인플레이션은 피할 수 없는 경제 현상이 되었다. 16세기 스페인에서, 17세기 프랑스에서, 18세기 남북전쟁 시기 미국에서, 20세기 들어서는 독일에서, 베네수엘라에서, 아프리카의 여러 나라에서 인플레이션, 그것도 초(超)인플레에션이 기승을 부렸다. 우리나라도 지금은 대체로 안정된 물가의 시대에 살고 있는 듯하지만, 인플레이션의 고통을 겪었었다(특히, 1970년대).


저자들은 이러한 인플레이션은 돈의 값어치를 깎아먹는 현상이라고 보고 있으며, 정치 세력들이 다양한 이유로 이를 이용해왔고, 결국은 나 몰라라 내팽개쳐버린 현상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화폐를 이용하는 경제 체제에서는 어쩔 수 없이 맞이해야만 하는 게 인플레이션이지만, 그것을 이용하여 단기적인 인기를 누리거나, 혹은 부를 축적해온 이들이 있었고, 그러한 폐해는 특히 현금 위주의 자산을 가질 수밖에 없는 저소득층에 집중될 수밖에 없다고 한다.


어느 정도의 인플레이션을 피할 수 없는 경제 현상이라는 것을 인정했을 때, 또한 그것을 높은 정확도를 가지고 예측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면, 더더욱 중요한 것은 그러한 상황에 대한 대비일 것이다. 저자들은 주로 인플레이션의 속성과 역사에 대해 분석하고 있지만, 이에 어떻게 대비할 지에 대한 조언도 담고 있다. 내 재산에 대한 보호, 적절한 수익을 올릴 수 있는 포트폴리오 작성 방법 등을 제시하고 있다.


책을 읽었다고, 상황을 알게 되었다고 현명해지는 것은 아니다. 앎에서 행동으로, 이게 어려운 것이다. 물론 알지도 못한 채 무조건 행동부터 하는 것은 현명은커녕 그 반대편으로 가는 것일 뿐이다. 이 책은 일단 인플레이션과 관련한 경제의 작동 원리를 알려준다. 그리고 꽤 괜찮은 조언도 한다. 물론 더 공부하고, 실천해야 하는 것은 독자의 몫이다.

작가의 이전글 실험으로 배우는 수학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