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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NA Jul 24. 2021

과학, 이 정도는 알아야

신지은, 《누워서 과학 먹기》



“누워서 과학 먹기”라는 제목대로 주로 누워서 읽었다. 그만큼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는 과학 이야기다. 고등학교에서 문과와 이과를 벽 세우듯 나눠 가르치는 것을 반대하는 입장에서 ‘문과생’ 운운하는 것이 그다지 옳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과학에 눈 감고, 귀 닫았던 아나운서가 방송을 계기로 과학을 공부하고, 그것을 이렇게 정리해서 책으로 엮어냈다는 것은 충분히 의미 있는 일이라 생각한다.


책을 읽으며 우선은 과학을 전공하는 입장에서 보면 비전공자가 과학을 어떤 방식으로 이해하는지를 알 수 있었다. 나의 전공 분야에서는 너무나도 상식 같은 이야기를 그 내용의 깊이나 정확성과는 상관없이 이렇게도 바라보고, 이런 방식으로 이해하는구나 싶다. 또 과학 분야 중에서도 내가 전공하지 않는 분야에 대한 글에서는 내가 알고 있는 수준이 어느 정도인가를 가늠할 수 있었다.


또한 저자와 같이 과학을 전공하지 않는, 내지는 과학에 등 돌리고 학창 시절을 보냈던 독자 입장에서는 아마도 과학을 쉽게 접근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듯하다. 과학이라는 게 나와는 상관없다고 하는 이들은 이제 거의 없는 듯싶지만, 과학의 내용을 시간을 들여 기초부터 이해하고자 하는 이들은 아직도 적지 않다. 그런 이들을 위해 과학이란 이 정도만 알아도(사실 그것도 쉬운 일은 아니지만) 현대 과학의 흐름을 충분히 따라갈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질 수 있을 것 같다.


과학은 알아도 되고, 몰라도 되는, 그런 게 아니다. 과학만능주의의 생각을 가지고 있어서 그런 게 아니다. 수준은 서로 다를 수 있어도 기본적인 배경 정도는 알고 있고, 이해하고 있어야 현대 사회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헛짓하지 않으면서 살아갈 수 있다(그런 걸 우리는 상식이라고 한다). 그런 수요를 충족시켜주는 것은 과학자의 일일 수도 있지만, 이런 과학을 애써 공부한 과학 문외한의 일일 수도 있다는 것을 새삼 알게 되었다.


저자는 생명과학, 물리학, 우주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미래와 관련한 현대 과학에 대해서도 다루고 있다. 화학에 대한 내용이 빠져 있고, 지구에 관해서도 지질이나 해양에 관한 내용은 없어서 다소 아쉬운 면이 없지는 않다. 또한 전공자의 입장에서 봤을 때 잘못된 내용도 없지 않다(이를테면 DNA와 멘델의 관계, ATP의 약자를 잘못 쓴 것 등등). 하지만 읽고 나면 과학에 대해 포괄적으로 이해한 것 같은 느낌이 들 것이다. 이게 어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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