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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NA Jul 25. 2021

스튜어디스, 탐정이 되다

히가시노 게이고, 《살인 현장은 구름 위》


일곱 편의 단편을 모았다. 제목에 ‘구름 위’는 다름 아닌 이 소설들의 주인공이 비행기 승무원, 즉 스튜어디스라는 사정에서 온 것이다. 하야세 에이코와 그의 동료 후지 마미코. A코와 B코라는 불리는 둘은 생김새도, 성격도, 심지어 성적도 매우 다르지만 단짝이다. 비행기와 이들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사건들을 해결해나가는 것이 바로 이 소설집에 담긴 일곱 편의 소설이다(일본에서 출판된 책의 표지를 보면 주인공의 직업이 분명하다).


살인도 벌어지고, 유괴 사건도 벌어지지만 소설들의 분위기는 상당히 유쾌하다. 소설이 사건 중심이 아니라 그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두 스튜어디스 중심이라서 그렇다. 특히 사건 해결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 듯한 B코야말로 이 소설들을 경쾌하게 만드는 요소다. 사실 서로 다른 성격의 주인공, 즉 능력이 뛰어나고 이지적인 인물과 능력은 떨어지지만 유쾌하며 보조적인 역할을 하는 인물을 콤비로 등장시켜 이야기를 전개하는 것은 소설이나, 드라마, 영화에서 유구한 전략이다. 여기의 소설들은 그 유구한 전략에서 거의 벗어나지 않는다. 결국에 사건을 해결하는 것은 A코이고, 누구나 A코와 같은 여성에게 관심을 갖게 되겠지만, 들여다보면 매력 있는 인물이 B코이기도 하다(그런 B코가 중심인 <중매석의 신데렐라>와 같은 단편도 있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센스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누나가 스튜어디스라고 한다. 그래서 이러한 소재를 생각해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가 비행기를 배경으로 소설들을 쓴 것은 호텔을 배경으로 한 것(매스커레이드 연작)과 마찬가지 맥락으로 보인다. 많은 인물들이 스쳐지나가는 호텔과 비행기는 그저 겉모습만 보면 아무 일도 없어 보인다. 하지만 조금만 들여다보면 저마다의 사연을 지니고 있다. 그러한 사연들을 가진 사람들이 무심한 듯 스쳐가지만, 그 사연들을 제한된 공간으로 모으면 그만큼 풍성한 이야깃거리를 만들 수 있는 셈이다.


일본에서 1989년에 발표한 작품집이나 벌써 30년도 넘은 소설들이다. 그래서 휴대폰과 같은 문명의 이기(?)는 등장하지 않는다. 그래도 소설에서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는 것은 인간의 본성이 그 30년 동안 그다지 변하지 않아서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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