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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NA Aug 04. 2021

모가디슈, 함께 탈출하라!

류승완 감독, <모가디슈>


1990년 UN 가입을 위해 남북이 경쟁하던 시절이다. UN에서 가장 많은 가입국을 보유한 아프리카의 표를 얻기 위한 외교 경쟁이 심화되는 와중에 남과 북은 소말리아에서도 대립한다. 그런데 소말리아는 이미 정부는 부패할 대로 부패해 있었고, 이에 저항하는 반군이 내란 직전에 있었다.

반정부 시위가 격화되고 반군이 수도인 모가디슈에까지 진입하게 되면서 내란이 본격화된다. 외교관의 특권은 이미 휴지조각이 되어버린 상황에서 북한 대사관은 반군의 습격을 받고 오갈 데 없는 처지가 되어버린다. 그리고 남한(한국) 대사관으로 진입하게 되고 천신만고 끝에 함께 케냐 뭄바이로 탈출하게 된다.


이와 같은 영화의 스토리는 사실에 근거하고 있다. 몇 가지 세부적인 사항에서는 변형이 있다고 한다. 그래서 위와 같은 간단한 영화 줄거리 소개는 스포일러가 될 수 없다. 실화에 근거한 영화는 이미 역사가 스포일러이니 말이다. 그렇다면 이런 영화는 어디에 주목을 해야 할까?


나는 그런 스토리를 어떻게 실감나게 만드느냐가 가장 관건이라고 생각한다. 영화라는 장치에 의한 것이지만 실제 일어나는 일처럼 여기고, 결론이 어떤지를 알지만 그래도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긴박감을 느끼게 하는 것 등등. 그렇다면 그렇게 느낄 수 있게 만드는 것은 무엇일까? 즉 이 영화는 어떤 지점에서 성공하고 있을까?


우선 장면들이다. 마치 아프리카에서 실제 벌어지고 있는 듯한 장면들을 연출해냈다. 소년들이 천진난만하게 총질을 하는 장면은, 어떻게 섭외를 하고 찍었을까 싶다. 그런 잔인하고도 슬픈 장면들에서 이 영화가 그냥 흉내낸 것이라는 걸 잊게 한다.


그 다음은 배우들의 연기다. 남과 북의 대사 역을 한 김윤식과 허준호는 명불허전이다. 그리고 조인성. 그런 90년대 옷차림으로 멋짐을 뿜어대지만 결코 김윤식과 허준호에 밀리지 않는 연기력을 보여준다. 역시 그들은 실제 존재했던 인물들의 대체지만 그들이 이 배우들처럼 행동했을 것 같은 느낌을 준다. 그 느낌은 사실은 실제와는 정반대의 상황이다. 배우가 실제 인물들처럼 연기를 하는 것이지, 실제 인물들이 배우들처럼 행동했을 거란 건 느낌의 역전이다. 칭찬할 수 밖에 없다.


영화를 보면서 죠슈아 키팅의 《보이지 않는 국가들》(http://blog.yes24.com/document/11793939)와 다카노 히데유키의 《수수께끼의 독립국가 소말릴란드》(http://blog.yes24.com/document/12112015)가 생각났다. 소말리아라는 국제적으로 국가로 인정받는(하지만 국가로서의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는) 지역 바로 곁에 국제적으로 국가로서 인정받지 못하고 있지만 국가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는 게 소말릴란드다. 소말리아는 영화의 배경이 된 90년 이래 지금가지 무정부상태이다. 그래서 해적을 막지도 못하고, 아니 해적질로서 지방의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그렇게 된 책임을 누구에게 돌려야 할 지에 대해서도 논쟁이지만, 지금 상태는 그런 논쟁은 한가할 뿐이다. 어린 아이들마저 총을 들고, 해적이 선망의 직이 되는 나라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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