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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NA Aug 04. 2021

장티푸스에서 코로나19까지

도현신, 《바이러스 전쟁》


작가 도현신은 ‘전쟁’ 시리즈를 《가루 전쟁》, 《바이러스 전쟁》, 《신의 전쟁》 순으로 냈다. 《가루 전쟁》 에필로그에서 밝히고 있듯이 그는 전쟁 중심으로 글을 써왔던 작가다. 《가루 전쟁》이라든가 《바이러스 전쟁》을 통해 영역을 늘렸다고 할 수 있다. 그중에서도 더 ‘전쟁’에서 멀리 나간 건 《바이러스 전쟁》이다. 지금도 우리는 코로나 19의 시대에 ‘전쟁’이라는 표현을 정말 많이 쓰지만, 결국엔 비유적인 표현이다(수전 손택은 《은유로서의 질병》에서 그런 비유에 대해 비판한 바가 있지만, 어쩌면 정말 전쟁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바이러스 전쟁》에서 다루는 소재 역시 다른 책에서, 특히 작년과 올해 말 그대로 쏟아져 나오고 있는 것이다. 역사 속의 감염질환들이다. 그가 다루는 것들은 장티푸스, 말라리아, 페스트, 콜레라, 천연두, 스페인독감, 코로나19인데, 이 분야 전문가가 아닌 만큼 병원체에 대한 설명은 최소한으로 하면서 그 감염 질환이 퍼져나간 양상, 그 감염 질환으로 인한 사회 및 국가, 나아가 세계 질서의 변화에 중심을 두고 쓰고 있다. 《가루 전쟁》에서도 특정 물품에서 근접한 내용뿐만 아니라 상당히 멀리 떨어진 영향까지도 넓게 서술하고 있듯이 이 《바이러스 전쟁》에서도 감염질환으로 인한 영향을 상당히 폭넓게 쓰고 있다.


이 지점에서 꼭 지적하고 싶은 게 있는데, 도현신이 다루는 질병들이 제목과는 달리 대부분 바이러스에 의한 것이 아니란 점이다. 장티푸스, 페스트, 콜레라는 세균(박테리아)에 의한 것이고, 말라리아는 원생생물이다. 천연두, 스페인독감, 코라나19만이 바이러스에 의한 것다(가만 보면, 현대로 들어서면서 세균보다 바이러스가 더 전파력이 커서 큰 영향을 미치는 것처럼 보인다). 바이러스와 세균은 분명히 다른 것이고, 대처도 다르다(세균 감염에는 항생제를 쓰지만, 바이러스 감염에는 그렇지가 않다). 그러니 만큼 제목부터 사람들에게 잘못된 정보를 주고, 또 그게 사회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도 있어 아무리 비전문가이고, 그래서 전문적인 부분에 대해서 상당히 서술을 줄였다고는 하지만 이에 대해서는 아무래도 점수를 줄 수가 없을 것 같다.


그런데 이 책에서는 다른 비슷한 책들에서 잘 다루지 않는 내용도 찾을 수가 있는데, 바로 러시아가 시베리아를 정복하는 와중에 시베리아 토착부족들에게 전파된 여러 감염질환들에게 관한 내용이다. 역시 이 부분에서도 감염질환에 대한 내용은 최소화되어 있고, 대신에 러시아가 시베리아를 정복해가는 과정, 그 과정에서 러시아에 저항한 부족들의 활약이 중심을 이루고 있다. 이방인이 침략하면서 감염질환이 지역 정복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예로는 스페인의 남아메리카(아스텍, 잉카 등) 정복을 주로 다루고(물론 이 책에서도 다룬다), 또 거기서 그치는 경우가 많은데, 여기서는 시베리아와 북아메리카까지 다루고 있어 흥미롭다.


좀 아쉬운 것은 《가루 전쟁》와는 달리 우리나라에 대한 얘기가 별로 없다는 것이다. 콜레라에 대해서는 조선의 이야기에서 시작하고 있고, 그 분량도 적지 않지만 다른 감염질환과 관련해서는 코로나19 빼고는 한반도와 관련된 내용은 없다(식민지 시대의 한반도에도 전파되어 큰 피해를 남긴 스페인독감과 관련해서도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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