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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NA Aug 03. 2021

세계사를 바꾼 가루들

도현신, 《가루 전쟁》

《가루 전쟁》은 세계사에 결정적 역할을 한, 지금도 미각 면에서뿐만 아니라 경제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여섯 가지 ‘가루’를 다루고 있다. 설탕, 소금, 후추, 밀, 커피, 초콜릿. - 커피와 초콜릿은 처음부터 가루로 존재하는 것은 아니지만 커피의 경우는 결국엔 가루가 되고, 초콜릿은 중간 단계가 가루다.

포메란츠와 토픽의 《설탕, 커피 그리고 폭력》에서부터 이와 같은 물품들이 세계사에 미친 영향을 다룬 책들은 무척 많다. 도현신의 《가루 전쟁》은 이를 다시 정리한다는 것보다는 이것들을 둘러싼 공방에 좀 더 관심을 두고 있다. 사탕수수 산지나 소금산을 차지하기 위한 전쟁이라든가, 후추 생산지를 쟁취하거나 무역로를 확보하기 위한 전쟁 같은 것들이 그런 것이다. 또한 이것들과 직접적인 관련성에서 벗어나 간접적으로 관련을 맺는 사건들까지도 포함시키고 있는 것도 특징이다. 15, 6세기 바르바리 해적들이 노략질이 밀과 관련 있다는 것이다. 초콜릿과 아즈텍 문명의 잔혹함과의 관련성 같은 것들이 그런 내용들이다. 이와 같은 것들이 기존의 수많은 비슷한 소재를 다룬 책들과 차별성을 둘 있게 한다.

 

그러나 뭐니뭐니해도 이 책의 차별성은 이 여섯 가지 ‘가루’ 이야기의 마무리는 우리나라라는 점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자체적으로 생산할 수 없었던 설탕이 조선시대에 사치품이었기에 문종의 어머니의 소헌왕후마저 병이 들고도 쉽게 맛보지 못했고, 연산군이 명나라로 다녀오는 사신에게 설탕을 구해오라고 특별 지시를 내리기도 했다. 효종 대에는 청나라로 간 사신의 하인이 설탕을 도둑질하여 외교적인 시비가 붙기도 했다. 소금과 관련해서는 당나라 대의 큰 반란을 일으킨 황소라든가, 원나라 멸망의 결정적 계기가 된 반란을 일으킨 장사성이 모두 소금 장수였다는 것이 흥미로운 역사를 소개하고 있고, 우리 역사에서도 우리의 소금을 노리고 왜구라든가 여진족이 침략했던 것이라든가, 소금이 부의 상징으로 여겨졌던 사례들도 여럿 소개하고 있다.

 

후추와 관련해서는, 임진왜란 전 일본 사신이 잔치 도중 후추를 뿌리자 악공과 기생 들이 하던 일을 멈추고 난리법석을 떨며 후추를 주으려 했다는 기록을 통해 우리나라에서도 후추가 귀중한 존재로 여겨졌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밀 역시 우리나라에서 잘 생산되지 않기 때문에 귀하게 여겨질 수 밖에 없었다. 그래서 수제비 같은 것은 국중에서나 먹을 수 있는 음식이었고, 국수도 잔치 때나 먹을 수 있는 음식이었다. 커피나 초콜릿은 근대, 현대에 이르러서야 한반도에 상륙한 음식이지만(당연히 커피와 관련해서는 고종의 커피 사랑부터 이야기를 시작한다), 누구라도 길에 나가보면 알 수 있듯 한국인의 커피 사랑은 최고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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