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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NA Aug 02. 2021

관용을 버린 종교가 벌인 전쟁들

도현신, 《신의 전쟁》


인류는 자신들이 믿는 신과는 다른 신들을 믿는다는 이유로 수많은 전쟁을 벌여왔다. 지금도 기독교와 이슬람교는 그 뿌리가 같음에도(아브라함의 종교) 서로 불구대천의 원수다. 기독교는 역사 내내 유대교와 유대인을 탄압해왔다. 예수를 팔아넘겼다는 이유다. 심지어 기독교 내에서도 로마카톨릭교와 프로테스탄트교는 30년 전쟁이라는 유럽사에서 가장 인명 피해가 컸다는 피비린내 나는 싸움을 벌였다. 다른 이유로 전쟁을 하고, 사람들을 죽이면서 종교의 이름을 내건 경우도 많았다. 그러면 모든 게 용서되는 듯.

신들은 평화를 이야기하지만, 신을 믿는 이들은 자신들의 마음의 평화를 위해 다른 평화를 말하는 신을 없애야 했다.


작가 도현신은 종교가 삶과 문화의 중심이었기에 종교라는 이름으로 벌어졌던, 종교라는 이름을 내걸고 벌인 전쟁을 두루 살피고 있다. 셀레우코스왕조와 로마제국의 유대교 탄압에서 시작하여, 이슬람에 정예부대로 맞섰던 구호기사단의 활약, 기독교에 의해서 북유럽 신화가 종교로서의 역할이 사라지고 신화로서 남게 된 계기가 된 전쟁들, 탄약통에 소기름을 바른 것으로 촉발된 인도의 세포이 항쟁, 기독교 내에서 이단을 몰아내기 위해 벌였던 알비파 십자군과 프로테스탄트, 즉 위그노를 향해 벌였던 프랑스의 대학살(바르톨로메오 축일의 학살), 아프가니스탄을 두고 벌어졌던 전쟁들과 이슬람교와 조로아스터교, 이슬람교와 힌두교 사이의 전쟁들, 그리고 끝으로 몽골 제국의 야망을 꺽은 맘루크 왕조와 인도 할지왕조의 승리를 다룬다.


이 전쟁들과 다툼, 학살들을 보면서 이게 과연 종교 사이의 전쟁인가 싶은 것도 있다. 하지만 그런 경우에도 어찌 되었든 종교적 명분이 등장하는 것을 보면 종교의 기준이 전쟁의 중요한 촉발점이 되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을 것 같다.


이러한 ‘신의 전쟁’에 관한 이야기 중에 가장 인상 깊은 것은, 이베리아 반도에서 스페인이 모리스코를 탄압하고 쫓아낸 일과 프랑스의 위그노 학살에 관한 얘기다. 그 내용 자체보다는 그 결과가 더욱 흥미롭고 교훈적이다. 스페인과 프랑스는 경제의 중요한 축을 이루고 있던 이슬람교도와 프로테스탄트를 학살하고 내쫓음으로써 막대한 경제적 손실을 입고, 강대국의 자리에서 내려와야 했다. 이베리아 반도를 차지하고 오랫동안 살아왔던 이슬람교도인 모리스코를 내쫓음으로써 “이제 누가 신발을 만들어 줄까?”라는 탄식이 나왔을 정도였고, 종교 간의 화합을 가져온 낭트칙령을 폐지하고 새로이 퐁텐블로칙령을 선포함으로써(루이 14세) 프랑스의 제조업을 떠받치는 기둥을 송두리째 내던지는 상황을 초래하여 나폴레옹 전쟁 때 군인 군복 절반을 영국으로부터 만들어지는 옷감으로 만드는 상황까지 갔었다. 관용을 버린 나라의 결과는 내리막이었다.


여전히 종교는 많은 사람들의 삶의 기준이다. 그것을 부인할 수는 없다. 하지만 자신이 가진 종교의 잣대로 다른 종교를 믿는 사람들, 혹은 종교를 갖지 않은 사람들을 평가해서는 곤란하다. 그 잣대는 도리어 다른 잣대에 의해서는 전혀 그른 잣대가 되어버린다. 서로 다른 잣대를 두고 견주는 것처럼 어리석은 일이 있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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