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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NA Aug 05. 2021

국가들 사이의 갈등과 대립의 역사

도현신, 《라이벌 국가들의 세계사》


재미있는 기획이다. 서로 다투었고, 지금도 적대하고 있는 국가들 사이의 대결의 역사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하고 있다. 지역 패권 다툼, 종교 갈등, 이념 대립, 대륙과 해양 세력의 대결과 같이 4개의 카테고리로 나누고, 각 카테고리마다 3개의 이야기를 두었다.


대립의 성격에 따라 카테고리로 나누긴 했지만, 국가 간의 대립은 어느 한 요인에 의해서면 벌어지는 일이 아니다. 그런 상황은 이 책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종교적인 갈등으로 분류된 인도와 파키스탕의 경우에도 분명 힌두교와 이슬람교라는 종교의 차이가 대립의 표면적인 원인이긴 하지만 영국 식민지 시절부터 영국의 제국주의 정책에서 비롯된 갈등과 함께 영토 분쟁까지 함께 고려해야 두 국가 사이의 갈등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 또한 미국과 남미 국가들의 대립 역시 여기서는 이념 대립의 카테고리로 넣었지만, 그 대립에서 한 축이 되는 남미 국가들의 이념은 원래부터 존재하던 것이 미국과 갈등을 불러일으켰다기보다는 오히려 미국에 대한 저항의 방편으로 선택된 것이란 측면이 크다. 그리고 러시아와 터키의 갈등 역시 이념적인 문제는 표면적인 문제일 뿐 러시아의 팽창 정책과 터키의 저지라는 지리적인 요인이 더 큰 것으로 파악해야 한다.


그런데 가만 보면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국가 간의 갈등의 축은 미국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지역 패권 다툼에서는 미국과 영국이 세계 패권을 둔 대결을, 종교 갈등에서는 미국-영국을 중심으로 한 세력과 이슬람 세력의 갈등을, 이념 대립에서는 미국과 남미 국가들의 대립을, 대륙과 해양 세력의 대결에서는 미국과 러시아, 미국과 중국 사이의 다툼을 다루고 있다. 9개 꼭지 이야기 가운데 미국은 대결의 한 축으로 등장하는 게 절반이 넘는다. 여기서 저자의 시각이 분명히 드러나는데, 미국이야말로 20세기 이래 세계 갈등의 가장 중요한 국가였다는 것이다. 미국은 세계의 패권을 차지하기 위해 영국과 대립하였고, 제1차, 제2차 세계대전을 통해 비로소 패권 국가가 되었다. 그리고 그 패권을 지키기 위해 러시아(소련)와, 이슬람 국가들과 남미 국가들과, 아시아의 중국과 대결을 이어온 것이다.


이런 저자의 시각이 불편한 이들도 적지 않을 것이다. 이를테면 미국과 러시아가 대립하면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의 독재를 먼저 지적하고, 미국과 중국의 대결에서는 중국인 반인권을 먼저 지적하게 된다. 하지만 여기서 염두에 두어야 하는 것은 우리가 보고 듣는 뉴스의 출처가 대체로 편중된 것이란 점이다. 그래서 푸틴이 왜 러시아에서 그렇게 오랫동안 높은 지지율로 권력을 유지하는지에 대해 편향된 시각을 갖게 된다. 물론 푸틴 대통령의 반대파를 용인하지 않는 철권 정치를 옹호하는 것은 아니지만 푸틴이라는 인물이 러시아의 권좌에 오르고 난 후 생긴 변화에 대해서는 눈을 감아서는 안 되는 것이다. 미국이 세계 각지의 국가들과 갈등을 벌이고 있는 것이 그 국가의 민주주의 회복을 위한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 역시 커다란 착각이다.


대결의 역사는 세계사를 갈등을 중심으로 바라보게 한다. 협력의 역사가 없지는 않았겠지만, 국가 사이의 관계는 역사적으로 갈등이 중심이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을 것 같다. 이 책을 보면 더욱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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