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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NA Aug 16. 2021

감염병, 그 너머 사회를 보다

프랭크 스노든, 《감염병과 사회》


프랭크 스노든의 《감염병과 사회》은 묵직한 책이다. 본문만 760쪽이 넘는 두꺼운 책이란 의미에서도 그렇지만, 다루고 있는 주제와 그 주제를 다루는 방식으로도 그렇다.


프랭크 스노든은 인류를 괴롭혀온 감염병을 선정적으로 다루지 않는다. 수많은 목숨을 앗아간 페스트와 천연두, 콜레라, 천연두 등을 다루지만 그 감염병들이 , 혹은 그 감염병들에 대처한 사람들이 얼마나 극적인 장면들을 연출했는지에 대해서는 그다지 관심이 없다. 다만 그 질병들의 원인과 병리에 대해서 다루고, 그 질병이 인류에게 접근한 양상, 퍼져나간 양상, 그 질병에 대처한 정부와 사회, 집단, 그리고 그러한 상황들이 생긴 사회적, 경제적, 환경적 요인들에 대해서 쓰고 있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최근 쏟아져 나오는 많은 감염병에 대한 책들과는 결이 다루고 수준이 다르다. 프랭크 스노든은 의학, 감염병의 역사를 연구하는 역사학자로서 그 본분을 잘 지키고 있다.


그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한 감염병이 한 사회에 침투하고 황폐화시켰을 때, 혹은 그게 전 세계로 퍼져나갔을 때 사회의 어떤 면이 그 감염병에 취약하게 만들었는지에 대한 것이다. 감염병의 발발과 전파는 바로 그런 사회의 취약한 면을 드러나게 하는 것이다. 그게 사실은 감염병을 두고 역사학자가 과학자나 의학자와는 다른 입장을 취하게 되는 지점이기도 하다. 과학자나 의학자는 그 질병이 얼마나 심각한 것인지, 어떻게 전파를 막을 것인지, 어떻게 치료할 것인지에 거의 모든 관심을 집중하는 반면(물론 역사학자 프랭크 스노든이 그에 대해 관심을 두지 않는다는 것은 아니다), 역사학자는 감염병을 두고는 그 감염병을 둘러싼 사회를 보는 것이다.


그래서 이 책에서는 몇몇 감염병에 집중한다. 페스트와 천연두, 콜레라, 결핵, 폴리오(소아마비), 에이즈가 그것들인데, 그것들을 어느 한 시점, 어느 한 시기에서만 관찰하고 다루는 것이 아니라 시대의 변화에 따라 어떤 양상으로 피해를 입히고, 또 그에 대해 대응하는지를 다루고 있다. 페스트에 대해서 보자면, 그 발발에 대한 장이 있고, 그에 대한 대응을 다룬 장을 나눈다. 그리고 한참 지나서 20세기 들어서 다시 찾아온 페스트 유행을 홍콩과 봄베이를 중심으로 다룬다. 천연두에 대해서도 종두법을 시행한 제너 이전의 천연두와 종두법이 시행되면서 벌어지는 천연두에 대한 대응을 나누어 설명한다. 마찬가지로 결핵에 대해서도 그 질병에 대해 낭만적인 시각을 갖던 시기와 질병의 세균론이 확립된 이후 시각이 확 달라진 시기를 나눈다. 이와 같은 방식은 감염병을 일으키는 병원체 자체는 그대로지만 그에 대한 시각과 사회의 변화에 따라서 완전히 다른 질병을 여겨진다는 것을 보여준다.


또한 프랭크 스노든은 감염병 자체뿐만 아니라, 질병에 대한 인식을 바꾸어 놓은 사회적 변화, 의학적, 과학적 변화에 대해서도 중요한 부분을 깊게 다룬다. 그가 선택한 것은 히포크라테스와 갈레노스의 ‘도서관 의학’에서 과학 혁명 시기에 어떻게 ‘병원 의학’으로 탈바꿈하게 되었는지(여기서 ‘파리 의과대학’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위생개혁운동이 어떻게 펼쳐졌는지와 같은 것이다. 당연히 파스퇴르와 코흐, 리스터와 같은 스타 과학자가 등장하는 질병의 세균론도 중요하게 언급하고 있다.


2016년경까지를 다루는 책이라 이 책의 마지막은 사스와 에볼라다(<한국어판에 부쳐>를 통해 코로나 19를 다룬다. 그는 이탈리아에서 감염되었다 회복하기도 했다). 그런데 사스와 에볼라에 대한 국제 사회의 대처를 통해 경고하는 있는 바는 그대로 코로나 19에도 해당된다. 우리는 배웠지만, 완벽히 배우지 못했다는 얘기다. 또는 우리의 깨달음을 감염병은 늘 뛰어넘고 있다는 얘기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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