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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NA Aug 20. 2021

생명의 액체, 피

로즈 조지, 《5리터의 피》


피(Blood)는 생명의 액체다.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고, 또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5리터(즉, 9파인트-이 책의 원제다. 빌 헤이스가 쓴 피에 관한 책 《5리터》과 우리말 제목이 거의 같다)의 피가 어떻게 생성되는지도 몰랐고, 피의 순환이라는 것도 하비의 발견 이전에는 전혀 상상도 못했음에도, 또 피의 순환이 무슨 목적으로 일어나는지도 몰랐지만 피를 너무 많이 흘리면 목숨을 잃는다는 사실은 너무나 명백했다. 그래서 흡혈귀 전설이 생겨났고, 지금도 수혈을 거부하는(너무도 소중하므로) 여호와의 증인 신도 같은 이들이 있다. 온갖 노력에도 피를 대체하는 물질은 아직 만들지 못했고, 그래서 피의 소중함은 더욱 커지고 있다. 피는 누구나 갖고 있지만, 그래서 누구에게나 필요하며, 또 누구에게나 모자랄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 피에 대해 우리는 얼마나 알고 있을까? 이를테면 피가 어디서 만들어지는지는 알고 있을까? (정답은 뼈다. 물론 좀 더 자세한 설명은 필요하지만), 피 순환의 목적 중 중요한 것이 산소와 이산화탄소를 교체하는 것이라는 설명을 얼마만큼 이해할 수 있을까? (요즘 COVID-1로 인해 익숙해진) 항체가 혈장에 들어 있다는 것의 의미는 잘 알고 있을까? 알고 있는 것도 있고, 모르고 있는 것도 있고, 또 헷갈리는 것도 있을 것이다. 아무튼 우리는 피가 정말 중요하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그 중요성에 비해 평균적으로 알고 있는 것은 대체로 많지 않다.


그래서 피에 대해서 많이 알아야 하지만, 로즈 조지가 피에 대해 다루는 방식은 ‘혈액학’이 아니다. 대신 피에 관한 과학을 바탕으로 피에 관한 오해와 편견을 깨부수고 있다. 헌혈에 대해서, 혈장을 통한 오염, 특히 HIC와 C형 간염에 대해서, 월경과 생리대에 대해서 그렇다. 그러니까 피가 어떤 것인지를 구구절절하게 탐구하고, 설명하는 방식이 아니라 피가 우리의 역사와 삶과 맺고 있는 방식을 중심으로 쓰고 있는 것이다. 과학자로서의 방식이 아니라 저널리스트이자 작가로서의 방식이고, 또한 여성의 시각이 많이 반영되어 있다(피에 대해서 이야기한다고 했을 때, 남성인 나는 그 이야기 속에 월경은 상상할 수 있었겠지만, 생리대까지는 나아가지 못한다).


그리고 피의 산업이라는 것을 폭로하는 것도 놀랍다. 피를 둘러싼 어두운 현실인데, 돈을 주고 만들어내는 혈액제재, 즉 상업화된 혈액이 상징적인 의미로서만 ‘더러운 피’가 아니라 실제로 오염될 가능성이 높은 ‘더러운 피’이며 그 대안은 자발적 헌혈밖에 없다는 사실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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