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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NA Aug 19. 2021

넬레 노이하우스, 셰리던 그랜트 시리즈의 마지막

넬레 노이하우스, 《폭풍의 시간》


《여름을 삼킨 소녀》와 《끝나지 않는 여름》에 이은 셰리든 그랜트 이야기의 마지막 편. ‘폭풍의 시간’은 셰리든이 뮤지션으로서 성공의 길로 접어들게 한 앨범의 제목이자, 노래 가사 부분이다. 그리고 그녀의 격동적인 삶을 잘 표현하는 말이기도 하다.


시골 마을의 부자이면서 인도적인 의사와 결혼을 앞둔 셰리든이 그게 자신이 원하는 삶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고, 또한 《끝나지 않는 여름》에서 악연을 맺은 악한(셰리던은 그 악한과도 결혼을 꿈꿨었다)이 그녀를 납치하는 순간으로 《폭풍의 시간》은 시작된다. 잘못 꿈꿨던 행복과 위기에서 간신히 빠져나온 그녀는 고향으로 다시 돌아와 평온한 삶을 살아간다. 하지만 그녀에게는 꿈이 있었다. 《폭풍의 시간》은 바로 그 꿈에 관한 이야기다.


소설에서 그려지는 셰리든의 성공은 소소한 것이 아니다. 그 엄청난 성공, 꿈의 구현이 다소는 현실감에서 멀어지게 하지만, 어차피 소설은 꿈을 꾸는 것이고, 누군가는 그런 꿈을 현실에서도 구현하고 있다. 그게 셰리든이어도 괜찮을 것이다. 아니 ‘폭풍의 시간’을 겪고 강인하게 버텨가며 세상으로 나온 셰리든이라면 당연히 자격이 있다.


사랑에 관해서도 성숙해진다. 한번에 반하는 버릇(?)은 여전하지만 갈등 속에서도 사랑을 지켜나갈 수 있는 성숙함을 갖게 되었다. 삶에서 모든 것을 차지하던 사랑의 비중은 줄어들었지만, 그렇기에 진지하고 성숙된 사랑을 이어나갈 수 있게 된 것이다. 모순적인 것 같지만 사랑은 집착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흔하다. 아직 셰리든이 그 사랑에 정착할 지는 모르지만 그래도 그 가능성을 엿볼 수 있다(하지만 우리는 그 끝을 알지 못할 것이다. 넬레 노이하우스는 셰리든 그랜트의 이야기를 마쳤다고 했으니까).


셰리든은 결국 마지막까지 감추던 비밀까지도 밝히게 된다. 비록 스스로 계획한 것은 아니지만, 충분히 그 비밀의 숲 뒤로 숨을 수도 있었지만 숲 밖으로 나오기로 결정한 것은 자신이었다. 이렇게 한 소녀의 성장은 마무리되었다.


사실 인간의 성장이라는 게 마무리 될 수는 없다. 스스로 다 컸다고 느낄 때가 있었지만, 곧 그런 자부심은 얼토당토않은 거였다는 걸 깨닫는다. 만약 그걸 깨닫지 못하는 이야말로 더 이상의 성장을 기대할 수 없는 인간인지도 모른다. 셰리든도 더욱 성장할 것이다. 그의 어마어마한 성공은 언젠가는 내리막을 탈 것이고, 그 내리막 속에서도 그녀는 성장할 것이다. 그리고 다른 의미에서 삶에서의 성공을 위해 용기를 내고 지혜를 내고, 자신의 매력을 이용할 것이다. 성장은 멈추지 않아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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