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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NA Aug 19. 2021

여름은 끝나지 않는다

넬레 노이하우스, 《끝나지 않는 여름》


가족의 비밀을 알아낸 후, 격정적으로 폭로한 후 마을을 떠난 ‘여름을 삼킨’ 소녀 셰리던 그랜트. 그녀가 무사히 뉴욕에 도착하여 유명한 가수로서의 삶을 살아갈 수 있으리라고 예감한 독자는 없었을 것이다.


셰리던 그랜트 시리즈의 두 번째 소설 《끝나지 않는 여름》은 잔인한 학살극으로 시작한다. 양엄마(즉, 이모)의 파렴치한 거짓말이 들통나고, 그녀를 덮치고, 해하려던 막내오빠의 아버지가 따로 있다는 것까지 밝혀졌고, 셰리던을 마을 떠난다. 하지만 그날 밤, 막내오빠는 아저지와 오빠, 그리고 일꾼을들 총으로 쏘아 죽이고, 부상을 입힌다. 명백히 셰리던을 노린 범행이었다. 셰리던은 고속도로 주유소에서 잡혀 마을로 호송된다. 선정적인 언론과 사람들의 저급한 호기심의 희생양이 된 셰리던은 온갖 비난을 받는다. 그렇게 소녀의 여름은 끝나지 않았던 것이다.


《끝나지 않는 여름》은 1인칭으로 일관했던 《여름을 삼킨 소녀》과 달리 셰리던 시점의 1인칭과 조던이라는 형사를 중심으로 한 3인칭 시점을 번갈아 가며 쓰고 있다. 여전히 셰리던을 통하여 인생의 굴곡과 아픔을 공유하고자 하면서, 그 상황을 조금이라도 객관적으로 들여다보기 위한 장치로 보인다. 그런 관점의 교차를 통해 전혀 관계가 없어 보이던 인물들이 서로의 인생을 공유해가는 과정을 그려진다.


셰리던은 여전히 미숙하다. 자신을 인정하는 이들의 이기적 관심을 애정으로 착각하고, 모든 것을 의지한다. 그 끝은 파멸이고, 파멸의 끝에서 겨우 빠져나온다. 이렇게 어리석을 수가 있을까 싶지만, 그런 상황에서 다가오는 그런 손길을 거부하기도 힘들 것 같다. 그만큼 셰리던은 어리석은 선택을 계속 하지만, 그 선택을 통해서 성장해나간다. 많은 사람이 그녀와 같은 굴곡진 인생을 살아가진 않지만, 모든 이가 나름의 불행과 싸우고 잘못된 선택을 하기 마련이다. 잘못된 선택이 문제가 아니라 잘못된 선택에서 아무것도 배우지 못하고, 빠져나오지 못하는 것이 정말 잘못이다.


소설은 셰리던이 진짜 사랑을 찾고 행복한 삶을 시작하는 단계에서 끝을 맺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또 여전히 알고 있다. 그게 진짜 사랑이 아니라는 것을, 그리고 그녀가 그곳에서 행복한 삶을 살아갈 수 없다는 것을. 삶의 진짜 성장을 그렇게 느닷없이 남의 손에 의해 이뤄지는 것은 아니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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