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ENA Aug 28. 2021

항생제 내성, 지금 우리가 토의해야 할 문제

무하마드 H. 자만, 《내성 전쟁》



잘 알고 있는 분야의 책을 읽을 때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된다.

우선은 뭔가 잘못 설명된 것은 없는지를 신경 쓴다. 잘못된 숫자나 오탈자도 다른 경우보다 더 신경 쓰인다. 내가 잘 모르던 새로운 내용은 없나, 내가 잘못 알고 있던 것은 없나 찾게 된다. 만약 내가 쓰게 된다면 덧붙일 내용은 없을까, 이런 내용은 별 필요 없는 내용은 없는지도 보게 된다. 말하자면 스스로 상당히 까다로워진다. 어찌 안 그럴 수 있을까?


무하마드 H. 자만의 《내성 전쟁》은 그런 까다로운 기준에 비추더라도 무척이나 잘 쓰고, 만든 책이다. 크게 잘못 설명한 부분은 없어 보이고, 그러면서도 내가 정확히 알고 있지 못했거나 잘 모르던 내용도 없지 않아 그냥 알고 있던 내용 반복해서 읽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이건 이 책이 잘 쓴 책이란 얘기다). 잘못된 숫자나 오탈자가 거의 찾지를 못했다(이건 잘 만든 책이란 얘기다). 물론 내가 덧붙이고 싶은 얘기도 있고, 이런 얘기는 전체에서 비중이 좀 커졌다는 부분이 없지는 않지만 그건 그냥 그건 글을 쓰는 데 판단 차원의 얘기일 뿐이다. 결론적으로 이 책은 항생제 내성에 관해서 가장 대중적이면서도, 상당히 많은 것을 알려주고, 또 대단히 교훈적이기도 한 책이다.


항생제 내성의 문제는 코로나 19(COVID-19)의 시대에 어쩌면 조금 제껴둔 문제가 되어버린 느낌도 들지만, 이 팬데믹 이전에도, 그리고 이 팬데믹이 지난 이후에도 꾸준히 우려에 우려를 더하고, 심각성에 심각성을 더해가는 문제다. 이 책에서도 언급하고 있는 문건이지만 2016년에 발표한 영국 총리 산하의 TF 팀을 이끈 짐 오닐의 <항생제 내성 보고서>는 (현재의 상황에서 극적인 반전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2050년에는항생제 내성으로 인한 사망자가 (주목! 세균 감염 자체가 아니다. 항생제 내성이 아니라면 치료가 가능한 이가 추가로 사망할 숫자다) 전 세계에서 연간 1,000만 명에 이를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는 암으로 인한 사망자 수를 추월하는 것이다(암에 의한 사망자가 감염에 의한 사망자를 추월한 게 20세기 초중반이었다). 상징적인 예측이고, 그게 그대로 현실화될지는 그 미래에 가보지 않은 이상 분명하지 않으나 그만큼 항생제 내성의 문제는 심각하다.

(항생제 내성 문제의 심각성을 나타내는 상징적인 예는 18세기 이후 다시 제정된 경도상(Longitudinal Prize)의 주제가 항생제 내성이라는 것이다. 항생제 내성은 인류에게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문제라는 얘기다.)


항생제 내성과의 전쟁은 페니실린(혹은 살바르산, 또는 설폰아미드) 이후에야 벌어진 전쟁이 아니다. 미생물 사이에서는 이미 벌어지고 있던 치열한 전쟁이었고, 그 전쟁의 무기를 인류가 취득한 것이 바로 항생제다. 그 이후로는 내성 전쟁은 인류와 미생물 사이의 전쟁으로 양상이 바뀌었다. 플레밍이 노벨상 수상 연설에서 이미 언급했던 항생제 내성의 문제는 항생제 성공의 찬가를 드높이 올리는 순간 이미 현실화되고 있었다. 무하마드 자만은 바로 그 항생제 내성의 역사와 현실을 장면을 중심으로 보여주고 있다.


그런데 이 책의 가치는 그런 항생제 내성의 역사와 현실을 스케치하듯이 보여주거나, 또는 학문적으로 중요한 내용을 요약해서 전달하는 데 있지 않다. 파키스탄 출신으로 미국에서 감염질환, 항생제 내성을 전공하고 연구하고 있는 저자답게 제3세계 국가나 노르웨이, 덴마크 같은 북유럽 국가 등을 포함하여 전 세계를 이 이야기의 대상으로 삼고 있을 뿐만 아니라, 현장에서 항생제 내성과 싸우고 있는 의사, 연구자의 모습을 생생하게 전달하고 있다. 많은 과학 교양도서가 그 분야에 획기적인 업적을 세운 위인급의 과학자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삼고 있는 데 반해 이 책은 그 분야의 바닥에서 일하는 이들에서 최종 정책을 입안하는 이들에 이르기까지의 많은 인물들의 이야기다. 이를 통하여 우리가 지금 어떤 상황에 직면하고 있으며, 어떻게 이겨나가야 하는지를 보여준다.


저자가 이야기하듯 항생제 내성의 문제는 거의 모든 분야(저자가 지목하는 분야는, 과학자와 혁신가, 사회과학자, 경제학자, 인도주의자, 정책 입안자, 보건계 종사자이다)가 토론하고 힘을 합해야 하는 문제다. 거기에는 바로 우리도 포함된다. 평생 세균에 감염되지 않은 사람이 없듯, 항생제 한 알 먹지 않은 사람이 없듯 이 문제에 관계없는 이는 없다. 바로 우리가 토의해야 할 문제다. 이 책은 그 토의를 위한 텍스트로 충분하다.

작가의 이전글 한 모금의 숨결에 모든 것이 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