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들렌 뵈메 등, 《역사에 질문하는 뼈 한 조각》
마들렌 뵈메는 인류의 진화 그림을 완성하기 위해 뼈를 찾아다니는 고인류학자다. 이빨 한 점, 새끼손가락 한 마디의 조각을 통해서도 언제 존재했었는지, 어떻게 살았었는지를 추적해나가는, 매우 신기하지만, 매우 고통스런 작업이다. 현대적 분석 도구가 개발되면서 보다 정교하게 추적해나갈 수 있지만, 아직도 애매한 점이 많을 수 밖에 없으며, 새로운 발견이 보고될 때마다 논쟁이 이어지는 매우 핫(hot)한 분야가 바로 인류고고학이기도 하다. 특히 마들렌 뵈메는 그 핫한 분야에서 지금까지의 주류 이론에 대해 반기를 들고 나서서 이 분야를 더욱 논쟁적으로 만들고 있는 인물이기도 하다.
인류의 기원에 대한 이론으로는 ‘아프리카 기원설’, 이른바 ‘Out of Africa’와 ‘다지역 기원설’이 양대 산맥을 이룬다. 그런데 윌슨 등이 미토콘드리아 분석을 통해서 아프리카 기원설을 지지하는 증거를 내놓은 이후로 인류의 기원은 아프리카 하나라는 단일 기원설이 주류가 되었다. 미토콘드리아 염기서열과 같은 분자 증거뿐만 아니라 루시(Lucy)라는 별명으로 유명한 화석 등이 아프리카에서 발견됨으로써 아프리카에서 인류가 기원했고, 최소한 두 차례에 걸쳐 아시아 및 유럽 방향으로 진출했다는 이론이 많은 지지를 받고 있다. 아직도 현생 인류가 아프리카뿐만 아니라 세계 여러 지역에서 거의 동시에 출현했다는 다지역 기원설이 완전히 사그라진 것은 아니지만, 지지하는 비율로 보자면 8:2 내지는 9:1쯤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마들렌 뵈메의 연구팀은 2016년 5월 17일, 독일 알고이 지방에서 많은 뼛조각 중에서 이빨 두 개를 포함한 하악뼈 하나를 찾아낸다. 틀림없는 대형 유인원의 화석이었고, 침팬지와 인간의 공통 조상일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약 700만 년 이전의 것으로 연대가 측정된 이 화석 인류에 그들은 ‘우도(Udo)’라는 이름을 붙여주었다. 이 발굴 이전에 뵈메 등은 불가리아에서 약 650만 년 전의 화석을 발굴했었고, 이것이 오래 전에 발굴되었지만 학계에서 무시당한 그리스의 화석, 그래코피테쿠스, 일명 ‘엘 그래코’와 유사하며 이것이 선행 인간의 것이라는 내용을 발표했었다. 이러한 일련의 발굴과 연구 내용은 인류의 조상이 아프리카가 아니라 유라시아의 어디쯤이라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뵈메는 이것 말고도 그리스에서 발견된 트라칠로스 발자국, 인도네시아에서 발견된, ‘호빗’이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호모 플로렌시아 등의 증거들이 인류가 아프리카에서만 기원했다는 기존 학설을 반박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뵈메의 주장은 매우 논리적이다. 하지만 여전히 그의 주장이 단시일 내에 주류의 견해로 받아들여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도 쓰고 있지만 학계의 높은 벽이 있고, 그 높은 벽이 단순히 진실을 외면하고, 기득권을 옹호하기 위한 방편으로만 쌓여진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인류가 아프리카에서 기원했다는 것을 뒷받침하는 증거도 적지 않고, 그것을 지지하는 이들의 논리도 엉뚱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다만 이러한 뵈메의 주장은 인류의 기원을 추적하는 데 보다 열린 자세로 다양한 가설을 검증해야 할 필요성은 충분히 제시한다고 봐야 할 것 같다.
인류의 진화 계보에 대한 그림은 교과서마다 상당히 달리 기술된다. 어떤 화석을 하나의 종으로 볼지, 서로 다른 속으로 명명해야 할지, 그 연대는 어떻게 되는지, 아주 작은 단서로만 결정해야 하는 매우 험난한 과제이면서, 많은 것이 결정되더라도 그것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에 대한 문제까지 남기 때문에 (어쩌면 영원히) 어떤 하나의 이론으로 정립될 수 없는 분야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뵈메가 그려내고 있듯이 고인류학자들의 연구는 우리 인류가 어떤 과정을 거쳐서 직립하여 두 발로 걷고 있으며, 어떻게 불을 이용하면서 뇌가 발달하게 되었는지, 언어를 사용하여 의사소통하게 되었는지에 대해서 가슴 두근거리게 하는 역사를 기술해낼 수 있게 하였다. 과연 이런 연구가 우리가 살아가는 데 어떤 실질적 도움을 주는지 더 이상 캐묻지 말자. 우리가 어디서 왔는지 아는 것이야말로, 우리가 어디에 서 있으며, 어디로 가야 하는지를 생각하는 데 가장 기본적인 앎이 아닐까? 그런 연구가 우리를 두근거리게 한다면 그것만으로도 족해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