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택, 《미적분의 쓸모》
미적분이라고 하면 골치 아픈 수학 문제부터 떠올릴 사람이 훨씬 많을 것이다. 곡선의 기울기를 구하고, 복잡한 함수에서 면적으로 구하고... 나에게 왜 이런 시련을 주는 것일까? 한탄했던 이도 적지 않을 것이다. 혹은 포기하거나. 그러면서도 미적분이 무엇인가에는 쓸모가 있을 터인데, 하고 생각은 했겠지만 아마도 그 쓸모에 대해서는 제대로 들어본 적이 없을 것이다.
내 생각엔 수능 같은 시험에서 수학 문제 중에는 그저 수식을 두고 숫자로 나오는 정답을 구하는 것 외에도 미적분이라든가, 행렬이라든가 하는 것들이 어떤 분야에 어떤 방식으로 쓰이는지에 대한 문제도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적어도 미적분 문제는 풀지는 못하지만 미적분이 왜 필요한지는 알고, 또 그것이 어떻게 응용되는지를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그게 아무 것도 아닌 것 같지만, 그런 이해도가 한 사회의 전체적인 과학적 사고력을 높이는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라고 믿는다. 또 의미도 제대로 모른 채 방정식만 푸는 것보다 조금이라도 수학에 흥미를 느끼는 학생이 많아질 것이다.
한화택 교수의 《미적분의 쓸모》는 수학책이 팔리는 데 있어서는 결정적인 장애가 되는 수식이 많다. 어떤 기호를 쓰는 데도 별 설명 없이 다들 알고 있지? 그런 투로 바로 들이댄다. 그냥 서점에서 생각 없이 책을 펼쳤다가는 대부분 후다닥 책장을 덮을 것 같다. 하지만 조금만 인내심을 가지고 책을 들여다봤으면 좋겠다. 이 책에서 마구 들여놓은 수학식들은 이 책을 이해하는 데 매우 도움이 되겠지만, 이 수학식들을 거의 이해하지 못하고, 못 본 체 넘어가더라도 내용을 이해하는 데는 거의 문제가 없다.
미적분은 도대체 어디에 쓸모가 있는 것일까? 현대 문명은 미적분으로 이룩된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지라 모두 다 제대로 소개하자면 이 200쪽 정도의 책으로는 감당이 안되겠지만 한화택 교수는 몇 가지의 중요하고도 흥미로운 분야를 꼽아놓고 있다. 오늘도 수없이 통과해온 도로의 과속 측정기, 스페이스 X와 같은 우주선의 착륙 방법, 인공 지능이 학습하는 방법, 원의 면적이나 구의 부피(실은 그보다 훨씬 불규칙적인 입체이겠지만)를 구하는 방법에서 시작해서 코로나 확진자 발생률을 파악하는 방법, CT 촬영과 같은 현대 의학의 방법, 컴퓨터 애니메이션, 대용량 데이터를 압축하는 방법, 단기간, 혹은 장기간의 변화를 예측하는 방법(예를 들어 주식. 그러나 미적분은 그게 얼마나 어려운지를 알려준다), 그리고 경제학.
이렇게 보면 무엇이 빠졌나 싶을 만큼 현대 문명의 여러 부문이 미적분에 기대고 있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물론 우리 모두가 복잡한 미적분 방정식을 풀 수는 없다. 그럴 필요는 없다. 그것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알 수 없더라도 그걸 누릴 수는 있다. 하지만 적어도 우리가 누리는 문명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정도는 알면 세상이 훨씬 달라보이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