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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NA Oct 04. 2021

감염병에 관한 조지무쇼의 작업을 읽으며 느낀 것

조지무쇼, 《세계사를 바꾼 10가지 감염병》


조지무쇼(Zojimusho ,ぞうじむしょ ,造事務所). 벌서 35년이나 된 기획편집집단이라는데, 그동안 갖가지 분야의 책을 내왔다. 그들이 이 시국에 맞춰 감염병에 대해 관심을 가진 건 당연한 일이다. 비슷한 책이 아무리 많이 나왔어도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논의를 한 결과는 무언가 다를 것이라는 스스로의 확신과 자신감이 있었을 것이다. 역사적으로 유명했고, 파급력이 컸던 10개의 감염병을 선정했고, 그 감염병에 대해 정리했다.


언급했듯이 이 비슷한 책들은 많다. 여기에 언급한 감염병들 중 다른 데서 언급하지 않는 것은 없다. 또한 그 감염병들이 뒤흔든 역사의 흐름에 대해서도 그렇다. 페스트로 유럽의 근대가 열렸다는 것이나, 콜레라가 유럽의 위생 정책을 바꾸게 되었다든가, 말라리아 세계대전의 흐름을 흔들어놓았다는 것이나, 티푸스가 나폴레옹의 러시아 정복을 막았다든가 등등. 그럼에도 이 책은 몇 가지 다른 점이 있다.


그중 첫 번째가 그 감염병이 맺고 있는 일본과의 관계다. 일본에서 나왔으니 당연한 것이겠거니 하겠지만, 우리나라 저자들이 쓴 감염병에 관한 책들을 보면 이런 작업이 의미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물론 우리나라 저자들의 책에도 해당 감염병이 우리나라에 미친 영향을 다룬 내용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자료의 부족 때문이기도 하고, 또 다른 이유 때문에 감염병마다 깊이가 다를 뿐 아니라, 분량 자체도 확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두 번째는 그 감염병들로 사망한 유명인에 대한 예들이다. 10개의 감염병에 대해서 꼬박꼬박 감염병으로 희생되거나 고생한 이들을 언급하고 있다. 특별한 것이 아니고, 그저 관심을 끌기 위한 장치이지만, 바로 그 관심을 끌기 위해서 필요한 부분이다. 아, 이런 사람들도 이런 감염병으로 희생되었구나, 라는 것을 생각하면 그 감염병들이 역사적으로 얼마나 흉포했었는지를 이해할 수 있다.


넘쳐나는 감염질환에 관한 책을 한 권 더 읽으면서 솔직한 마음은 일본의 책 출판 상황에 대해 부러웠다. 일본인들이 우리보다 책을 더 많이 읽기도 한다지만, 인구 차이(2.5배 정도) 때문에 시장 자체가 크고, 그래서 똑같이 책을 읽더라도 기본적으로 소화되는 책 부수가 차이가 난다. 그 차이는 저자들에게 의욕을 주고, 그래서 새로운 책이 나오고, 그러다보면 좋은 책들이 나올 수 있는 토양이 생긴다. 조지무쇼 같은 출판기획집단이 1년에 40권의 단행본을 낼 수 있는 토양이 그런 것이다. 그게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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