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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NA Oct 05. 2021

그들의 잘못을 통해 우리는 배운다

양젠예, 《과학자의 흑역사》


위대한 과학자는 그의 과학적 업적으로 존경받는다. 그러나 위대한 과학자라고 하더라도 언제나 옳은 것은 아니다. 그들도 실수를 한다. 과학적으로나, 인격적으로나.


양젠예가 《과학자의 흑역사》에서 다루고 있는 것은 과학자들의 실패, 내지는 실수 사례들이다. 과학자로서 위대한 발견 이전에 길을 잘못 들었던 경우도 없지 않지만, 대체로는 과학적 업적을 이루고 인정받은 이후 새로운 이론을 받아들이지 않거나, 실험 결과를 제대로 해석하지 못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양젠예는 과학자들의 오류, 실수들을 소개하고, 그 이유를 제시하고 있다. 그는 천문학자, 생물학자, 수학자, 화학자, 물리학자로 나누고 있지만, 그의 의도, 즉 과학자들의 오류사(史)를 통해 교훈을 얻고자 한다면 왜 그런 일이 벌어졌는지를 유형화하는 것이 더 필요하다.


우선은 시대적 한계, 즉 과학 수준이 따르지 못했기 때문에 잘못 해석할 수 밖에 없었던 것들이 있다. 아인슈타인이 인생 최대 실수라고 하는 우주 상수나(양자 역학에 대해서는 다른 평가이지만), 무엇이든 풀어냈던 오일러가 방진(squares) 문제를 풀어내지 못한 것, 상대성이론에 한 발을 담갔음에도 마저 한 발을 딛지 못했던 푸엥카레(나중에도 그는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에 대해 침묵했다), 파울리가 패러티 보존법칙을 구해내지 못한 것들은 역사의 한계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비교해부학으로 유명했던 퀴비에가 진화를 거부한 것도 그렇다고 할 수 있다. 이 경우 어쩌랴 싶고, 과학의 수준이 높아지면서 해결된 문제라 할 수 있다.


그런데 과학자들의 오류사 중 가장 흔한 것은 질투심이라든가 허영심, 아집 등 개인적인 이유에서 새로운 발견과 이론을 받아들이지 못한 경우이다. 플랙홀의 존재를 부정했던 에딩턴, 유전물질로서 DNA를 받아들이지 못했던 델브뤼크, 염색체를 인정하지 않았던 베이트슨(유전자라는 말을 만들어냈음에도), 상대성이론의 근거가 된 실험 결과로 유명해졌지만 끝내 상대성이론을 받아들이지 않았던 마이컬슨, 산소를 처음 발견하는 것뿐만 아니라 정치적, 종교적으로도 기존 질서에 저항했지만, 플로지스톤 이론을 버리지 못했던 프리스틸리, 원자론을 비판했던 오스트발트, 패러데이를 과학의 길로 들어서게 한 것을 가장 큰 업적이라고 생각했으면서도 그의 업적을 깔아뭉개기에 앞장섰던 데이비. 비유클리드기하학에 이중적인 태도를 취하며 다른 이의 업적으로 가로채려 한 가우스. 그런 사례는 사실상 여기에 적힌 것 외에도 무궁무진할 듯하다.


또 한 경우는 논쟁 속에서 자신의 견해에 갇힌 경우다. 그 대표적인 예로 들 수 있는 것이 오페론을 발견하여 분자생물학의 시대를 연 자콥이 프리고진의 필연성을 비판한 경우다. 또 물리학을 너무 쉽게 생각했던 수학자 힐베르트도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질소고정법을 발견하여 인류에게 크나큰 혜택을 가져온 하버가 독가스 개발에 앞장선 것이나, N선 발견과 관련한 과학자들의 태도 같은 것들은 단순히 논쟁이라든가, 개인적인 견해라고 하기에는 크다큰 피해를 가져오거나 과학적 혼란을 가져왔다는 점에서 그야말로 ‘흑역사’라고 해야 하고, 또 심각한 교훈을 얻어야 한다.


특이하게 한 가지 다른 데서와는 조금 다르게 보고 있는 인물의 실수가 있다. 바로 갈릴레이인데, 양젠예는 그의 인생 최대의 실수를 파도바 대학을 떠나 피사 대학, 즉 피렌체로 옮긴 것을 들고 있다. 바로 그 선택 때문에 갈릴레이가 로마의 교황청과 대립하게 되고 그 치욕을 겪을 수 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만약 급여는 적지만 훨씬 자유로운 분위기의 파도바 대학, 혹은 베네치아에 머물렀다면 그런 일은 없었으리라면서(과연 그랬을까?).


사실 이 책의 미덕은 단순히 과학자들의 실수에만 집중하며 과학자들을 비아냥거리는 게 아니란 점이다. 과학자들의 배경과 그들의 위대한 업적을 충실히 소개하고 있다. 그러면서 그들의 실수와 오류가 어떤 과정을 거쳐 벌어졌는지, 왜 그런 일이 벌어졌는지 분석하고 있다. 실수하는 과학자들의 인간적인 면모만을 드러내기 위한 것도 아니다. 과학자들의 실패를 세심하게 탐구하는 것은 연구라는 게 어떤 과정을 거쳐 이뤄지는지, 실패가 어떤 의미를 지니며, 성공과 어떤 관계를 갖는지를 알기 위한 방법으로서 가치가 있다는 것을 이 책은 얘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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