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존재를 알고 있었다는 것과 어떤 내용인지 알고 있었다는 것은 다른 얘기다. 나는 중국의 오래 전 이야기를 하는 책으로 알고 있었다. 좋은 책이라는 풍문에도 읽지 않았던 것은 그런 짐작 때문이었다고 봐야 한다.
<책을 내면서 덧붙이는 말>에 '이런 낯선 내용'이라고 했다. 사람들은 잘 모르는 내용이라는 뜻이리라. 어디서 많이 듣던 내용이 아니다. 청 왕조 말에서 신해 혁명을 거쳐 항일 전쟁, 국민당 정부와 중국 공산당의 내전, 중화인민공화국의 성립, 그리고 그 이후까지, 중국 혹은 중공, 또 국민당 정부가 쫓겨가 세운 타이완의 정부까지. 이 이야기는 쉽게 들을 수 있는 얘기가 아니었다.
근현대 중국에 관해서는 아편전쟁에 패하고 서구 열강의 먹잇감으로 전락한 종이호랑이로서의 중국, 쑨원에 의한 신해혁명과 공화국 성립, 그리고 대장정을 거치면서 농민들에게 파고들어 드디어는 장제스의 국민당 정부를 꺽고 수립한 중화인민공화국을 그저 피상적으로만 알고 있었던 것을 아주 절실히 알게 되었다. 인물들이라고는 위에 언급한 인물들 외에 저우언라이나 덩샤오핑 정도 외에 들으면 들어본 적이 있다고 할 만한 인물들 몇이 있을 뿐이었는데, 그 파란만장한 시대에 걸출한 인물들이 얼마나 많았을까 하는 생각은 별로 해보지 못했다. 앎이 적었던 탓이다.
1권에 적지 않은 인물들을 다루고 있다. 이른바 중공의 인물들도, 국민당 쪽의 인물들도 다루고 있고, 양쪽에 모두 속했거나 혹은 어느 쪽에도 속하지 않았던 인물들도 있다. 정치가며 군인뿐만 아니라 문인, 화가들도 다루고, 여성들도 적지 않다. 다소 복잡한 관계도 있어 그 관계를 채 파악하지 못한 경우도 있다. 서로 얽히고 얽힌 관계라는 게 야릇하기도 하고 흥미롭기도 하다.
문화혁명 시기에 실각한 류사오치에 관한 이야기와 중화인민공화국 선포식이 열리는 천안문 광장 포격을 중지시킨 장제스에 관한 이야기(그럴 것이라고 이미 예측했던 게 마오쩌뚱이기도 했다), 70년대 닉슨의 중국 방문을 성사시키는 과정에서 벌어진 키신저와 저우언라이의 비밀 협상 등이 가장 흥미롭지만, 다른 이야기들도 못지 않게 재미 있는 내용이면서 생각할 만한 이야기도 많다.
그런데 정작 마오쩌둥과 장제스에 대한 이야기는 다른 이들 이야기에 자주 등장하지만, 덩샤오핑 등과 더불어 최고 권력자에 대한 본격적인 이야기는 없다. 1권에서는 의도적으로 꺼린 것이라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