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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 이야기 3

바르고(正), 사악하고(邪), 밝고 (明), 어두운(暗)

by E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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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호는 위안스카이에 대한 이야기 중에 다음과 같이 쓰고 있다.

“역사의 주인공들은 특징이 있다. 꼼꼼함이라는 기본기 외에 바르고(正), 사악하고(界), 밝고(月), 어두운() 연을 자유자재로 구사했다. 머리구조가 복잡하고, 몇 마디로 정의 내리기가 불가능한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403쪽)


중국공산당의 창당한 천두슈(陳獨秀)를 비롯하여, 마오쩌둥, 덩샤오핑, 위안스카이 등 3권에서 다루는 인물들을 보면 그런 모순적인 상황을 즐기고, 이용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물론 김명호가 다루는 중국인들이 모두 그런 '역사의 주인공'은 아니다. 그러나 갓 태어난 딸에게 유서를 남기고 처형당한 자오윈샤오 등과 같은 인물도, <신민보>라는 잡지를 만들고 많은 이들을 혁명의 대열로 이끈 덩지싱 등을 보면 그들 역시 역사를 만들어나간 데 동참한 인물이라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그들은 사악하지도 않았으며, 어둡지도 않았다.


《중국인 이야기 3》도 흥미로운 내용이 많다. 특히 중국과 북한이 가지는 끈끈함이 어디서 온 것인지를 다룬 4부가 그렇다. 김명호는 중국공산당이 항일 전쟁에 나섰을 때부터 김일성 등과의 관계를 모르면 중국과 북한 관계를 제대로 알 수 없다고 하고 있다. 김일성을 그저 비적(匪賊) 출신이라고 몰아버린다면 중국이 왜 그렇게 김일성을 우대했는지를 이해할 수 없다. 안중근과 이순신을 존경했던 학생 김일성(본명 김성주)이 어떤 과정을 거쳐 동북항일연군에 참여하고, 또한 지도자가 되었는지 김명호는 주로 중국인의 시각에서 보여주고 있다. 쉽지 않은 얘기이지만, 또 알아야 하는 얘기이고 하다.


다음으로 관심을 끄는 부분은 마오쩌둥 사후 중국의 권력 투쟁에 관한 내용이다. 그냥 마오쩌둥 이후 문혁을 이끌던 4인방이 몰락하고 덩샤오핑이 권력자가 되었다는 것 정도(중간에 화궈펑이 있었고)만 알고 있었다. 그 과정에 어떤 드라마가 있었는지를 김명호는, 특히 이 부분에서는 마치 드라마 각본처럼 긴장감 있게 쓰고 있다. 화궈펑의 제안으로 예젠잉이 기획하고, 왕둥싱이 주관한 4인방의 몰락과 이후의 덩샤오핑의 등장은 현대 중국의 새로운 변곡점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이야기를 알게 된 게 매우 뜻깊다.


김명호는 중국인을 "혁명이나 전쟁을 파티 정도로 여긴다고 하고 있다. 그래서 온 천지가 소용돌이에 휩싸여도 납작 엎드리면 끝날 날이 온다며 낙관적이라고 한다. 적응력도 뛰어나서 변화가 닥치면 신념을 잠시 접어두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혁명가들도, 직업정치가들도 그렇다. 그래서 사회주의와 자본주의를 넘나들 수 있는가 보다. 여기의 인물들이 모순적으로 보이는 경우가 많지만, 그들 스스로는 전혀 그렇게 여기지 않을 것임에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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