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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 이야기 4

“한평생 유감은 없다. 한 여인이 있었기 때문이다.”

by E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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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권에서 다루는 이야기는 대체로 1~3권에서도 한 번씩은 언급했던 내용들이다. 그러나 앞의 책들에서는 흘러가듯 다뤘던 인물들, 또는 상황들을 좀더 깊게 다루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시안사변과 관련한 장쉐량, 에이링, 장제스의 이야기다. 1~3권에서는 매우 간략하게 다뤘던 장쉐량의 아버지이지 동북 지역의 군벌로 군림했던 장린(作)에서부터 시작하고 있기도 하다. 그리고 시안 사변 자체를 깊게 다루기보다는 장쉐량과 메이링 사이의 묘한 관계에 대해서, 그러니까 호사가들의 관심에 해당하는 내용을 더 많이 담고 있다. 김명호는 시안사변의 발발은 일본이라면 이를 갈던 장쉐량(장쉬린은 일본에 의해 폭사했다.)이 항일보다는 공산당 척결을 앞세우던 장제스에 대한 불만으로 비롯되었다. 하지만 2차 국공합작을 약속한 후 장제스가 쉽게 풀려날 수 있었던 까닭, 바로 장쉐량이 체포되어 장제스와 장제스의 아들인 장징궈가 죽을 때까지 연금 상태에 있게 된 상황, 그러면서도 숭메이링과의 애틋한 관계를 이어가게 된 이야기 등이 시안사변을 복잡한 희비극으로 만든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1차 국공합작에 따라 세워진 황푸군관학교에 대한 이야기도 흥미롭다. 국민당이 소련으로부터 오히려 연대의 대상으로 여겨졌다는 것도 잘 알지 못하던 이야기이다. 황푸군관학교에서 길러진 인물들이 중국공산당과 국민당의 걸출한 지도자들이 되어 대결을 펼치게 되었다는 것도 중국만이 특이한 상황이었고(그야말로 20세기 양산박이랄 수 있다), 그런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면 현대 중국의 탄생에 대해서도 잘 파악하게 되지 못하게 된다.


청의 마지막 황제 푸이에 관해서는 애처로움이 별로 생기지 않는다. 그가 황제에 자리에 오르게 된 것도 그 자신과 이미 기울어가든 청의 비극이었지만, 그가 그 자리에서 내려온 이후 일제의 주구가 되어 만주국의 황제 자리를 덥석 받아들인 것은 수많은 인민들의 비극으로 이어졌다.


4권에서도 중국과 북한의 관계를 깊게 쓰고 있다. 중국이 왜 그렇게 북한을 대접했고, 지금도 그러는지에 대한 답을 김영호는 1930년대 항일전쟁에서 조선인들의 활약과 1940년대 국공 내전에서의 북한의 역할에서 찾고 있다. 단지 공산주의라는 대의에 따라 한국전쟁에 군대를 파견했던 것이 아니다. 항일전쟁 때부터 끈끈한 관계를 이어왔고, 많은 조선인들이 산화해갔다. 특히 국공내전 당시 동북 지역에서 국민당 군대에 밀리던 상황에서 북한의 김일성은 마오쩌둥의 모든 요구를 들어주었다. 배후 기지 역할을 충실히 함으로서 내전에서 승리할 수 있는 배경을 제공해주었던 것이다. 이를 부정해버리면 중국과 북한의 관계는 전혀 이해할 수 있는 요지경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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