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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 이야기 5

전쟁귀신, 린뱌오(林彪)

by E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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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호의 《중국인 이야기 5》는 분명한 다섯 인물 또는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첫 번째는 이른바 전쟁귀신으로 불린 린뱌오(林彪)에 관한 이야기다. 그는 국공 내전을 승리로 이끄는 데 혁혁한 공을 세웠고, 1960년대 자타공인 마오쩌둥의 후계자로 지목되었다. 하지만 문혁에 반대하면서 1971년 고비 사막 상공에서 비행기 추락으로 사망하고 말았다. 그의 죽음은 분명 누군가의 지시에 의한 것이지만 아직도 분명하게 그 진실이 밝혀지지 않았다고 한다. 한국전쟁 때 린바오가 북한에 대한 지원군을 책임지지 않았던 것이 오히려 다행이라고 할 정도로(그가 지휘했으면 미국을 이겼을 것이고, 그랬다면 미국은 원자폭탄을 썼을 것이란 얘기다) 그는 전쟁에 관해서는 귀신같은 사람이었다고 한다. 그의 죽음은 권력의 무상함과 비정함을 동시에 드러낸다고 할 수 있다.


다음 이야기는 '혁명의 여인'이라는 제목이 붙어 있다. 여배우에서 혁명가 마오쩌둥의 부인으로, 문혁 시절에는 권력자로 살아가다 결국에 마오쩌둥 사망 후 순식간에 쫓겨난 장칭을 중심으로 그녀의 여배우 시절 라이벌이었던 왕잉과 혁명가의 딸이자 저우언라이의 수양딸로 마오쩌둥과 저우언라이에게 예쁨을 받았던 쑨웨이스에 대해 다룬다. 장칭을 무시했던 쑨웨이스의 비참한 죽음은 여인의 질투라고 하기에는 너무 참혹했다.


항일전쟁 당시의 동북의용군에 관한 이야기에는 덩테메이, 마오커슈, 자오퉁과 같은 낯선 이름들이 등장한다. 물론 우리에게만 그런지는 모르지만 그들의 싸움이 기나긴 항일 전쟁에 기폭제가 되고 결국엔 승리로 이어졌다는 것을 부정할 사람은 별로 없을 것 같다. 그 다음 이야기는 다시 중국과 북한과의 관계다. 이전 책에서는 중국이 왜 북한을 특별하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주로 이야기했다면, 여기서는 양쪽이 서로 밀고 당기는 시기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한국전쟁도 중국 몰래 시작했고, 이후에는 김일성이 연안파를 숙청하고, 소련과 중국 사이의 갈등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며 관계가 냉랭해졌었다. 물론 "우리는 머리가 검다”라는 구호와 함께 그들은 다시 밀접한 관계가 되었지만 국가나 세력 간의 관계가 영원할 수는 없다는 것을 엿볼 수 있다.


마지막 이야기는 중국 외교 1세대를 대표하는 구웨이쥔을 둘러싼 인물들을 다룬다. 탕샤오이와 그의 사위 구웨이쥔은 군벌과 공산당, 국민당 사이에서 어떻게 처신해야만 살아남고, 나중에도 인정받을 수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김명호, 《중국인 이야기 5》는 앞의 책들에 비하면 이 인물, 저 인물로 넘어가는 폭이 좁아 훨씬 잘 짜여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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