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권에서는 한국전쟁에 관한 얘기가 많다. 앞선 책에서도 계속 다루긴 했지만, 주로 참전 결정에 관한 얘기들이었다. 8권에서는 한국전쟁에서 중국의 지원군의 활약(?)이 주를 이룬다. 이른바 항미원조(抗美援朝)라 부르는 전쟁에서 중국 군대가 어떻게 전투에 임했는지를 많이 다루고 있고, 포로들에 관한 이야기도 다루고 있다. 계속 읽다보면 이 전쟁의 주역이 남북한이 아니라 중국과 미국인 것처럼 여겨지기도 하는데, 이 책이 '중국인'에 관한 책인 만큼 이해할 만하다.
그런 한국전쟁에 덧붙여서 여러 차례 언급되는 것이 대만으로 쫓겨난 장제스가 기사회생하게 된 계기가 바로 한국전쟁이라는 점이다. 미국은 국민당과 장제스에 완전히 실망한 상태였고, 실각이 임박한 상황이었다. 그리고 대륙의 중국공산당군이 대만 공격도 계획되었다고 한다. 그런데 그 상황에 북한이 38선을 넘으며 전쟁을 시작했고, 미해군이 대만 해협을 봉쇄하면서 중공군의 상륙을 무산시켰고, 동시에 대만의 군사적 중요성이 부각되었다. 장제스와 장징궈는 바로 한국전쟁으로 기사회생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닌 셈이다. 태평양전쟁에서 패전한 일본이 한국전쟁으로 경제적으로 살아나는 계기가 되었다는 얘기는 많이 들었는데, 대만도 비슷했고, 또 유럽의 독일도 영향을 받았다니 우리만 동족상잔의 비극을 겪으며 다른 나라 부흥에 결정적 도움을 받은 것 같아 씁쓸해지는 대목들이다.
중국과 수교의 밑거름이 된 중국민항기 납치사건 얘기도 있다. 좀 잊고 있었는데, 스물스물 그 당시의 호들갑도 떠올랐다. 좀 더 자세히 그 당시의 전개 상황을 알고 싶어지기도 했다. 그 납치를 주도한 이들이 한국에서 재판을 받고 대만으로 넘겨져 반공의사로 대대적인 환영을 받고 정착금까지 받았다는 것은 처음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 납치사건의 주동자가 나중에는 보상금을 도박과 투기로 다 날려버리고 병원 부원장 아들 유괴, 살해로 결국은 사형당했다는 얘기 역시 씁쓸한 후일담이다.
그래도 뒷부분의 마지막 사대부 양셴이와 루스벨트가 지혜의 여신이라 불렀던 우이광에 관한 얘기는 그런 씁쓸한 느낌을 지워줬다. 인간의 품위를 느끼게 해주는 인물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