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아침 영리하지만 전혀 심오하지는 않은 짐 샘스가 불안한 꿈에서 깨어났을 때, 그는 거대 생물체로 변신해 있었다.”
이렇게 이언 매큐언은 카프카의 《변신》을 뒤집어 놓았다. 사람이 벌레가 되는 게 아니라 벌레가 사람, 그것도 영국의 총리로 변신한다. 영국의 총리로 변신한 바퀴벌레는, 이른바 ‘역방향주의’라는, 말도 안 되는 정책을 관철시킴으로써 나라와 세계를 혼란을 빠뜨리고는 유유히, 자신과 같이 영국의 내각을 구성하는 정치인으로 변신했던 바퀴벌레들과 함께 사라진다.
이 짧은 소설이 영국의 브렉시트와 정치인들을 풍자한다는 것은 더 이상 명백할 수 없이 명백하다. 여기서 브렉시트는 ‘역방향주의’라는 정책으로 희화화되고 있다. 역방향주의에 대한 예를 들면 물건을 사면 돈을 주고, 노동을 하면 돈을 내는 것이다. 그러니까 기존의 경제, 아니 상식과는 정반대의 방향으로 돈이 흘러가는 것이다. 영국 국민들은 2016년 국민투표를 통해 유럽연합(EU)을 탈퇴하는 것을 결정했다. 사실 당시 정권을 쥐고 있던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와 보수당은 잔류 결정이 날 것으로 예상하고 국민투표에 부쳤으나 결과는 예상외로 탈퇴 쪽으로 나버린 것이다. 이 과정에서 영국의 정치권은 우와좌왕댔으며 캐머런에 이어 메이 총리마저 자리를 내놓았다. 이언 매큐언은 이런 우스꽝스럽기 그지 없는 영국의 정치판을 두고 절망하고, 이렇게 대놓고 풍자하는 소설을 썼다.
그런데 이 영국 작가의 영국의 정치를 신랄하게 까는 소설을 읽으며 마음이 편치 못했다. 이게 그저 영국 정치, 그리고 브렉시트라는 정책에 대한 풍자만으로 읽히지 않기 때문이다. 어느 나라의 정치판이든 이처럼 말도 안 되는 포퓰리즘적인 정치적 결정이 이뤄지고, 또 그것을 감당하지 못해 허둥지둥거린다. 각료 회의에 참석한 장관들이 모두 바퀴벌레(외무장관을 빼고는)라는 설정도 그렇다. 다 한통속이며, 제대로 정신이 박힌 정치인은 간혹 있지만, 그를 파멸시키는 것은 정말 간단한 일이라는 것을 이언 매큐언은, 어찌 보면 잔혹스럽게 보여주고 있다.
이언 매큐언은 이 소설을 쓰는 동안 대단한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었다고 밝혔는데, 독자인 우리도 그러는 게 당연하다. 그러나 뒤돌아서 현실을 보면 그 카타르시스가 오래 지속되지 못하는 걸 알게 된다. 그저 비웃으며 한바탕 욕을 해대면 모든 게 싹 바뀌어 제대로 돌아가면 좋으련만 세상은 그렇지 못하다. 이 소설은 그런 뒷맛까지 선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