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나 자블론스키의 《SKIN 스킨》
피부는 평소에는 별로 인식도 하지 않고 지내다가 결정적일 때는 모든 것을 판단하는 기준이 되기도 한다. 한동안은 피부색이야말로 인종의 우수성을 나타내는 징표로 받아들이며 식민 지배와 노예제를 옹호하는 근거로 받아들이기도 했고, 지금도 노골적으로 그런 편견과 혐오를 표현하기도 한다. 그렇지 않더라도 무의식으로라도 누구나 조금씩은 가지고 있는 편견이 있다. 인종적 편견이 아니더라도 옅은 피부색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고, 짙은 피부색을 가진 사람들은 간혹 조롱거리가 되기도 한다. 피부의 많은 특성 가운데서도 단 하나 피부색만을 기준으로 사람을 평가하는 이러한 습성은 끈질기고도 부당한 편견이다.
그럼 왜 사람의 피부색은 이처럼 다양한 것일까? 다른 동물들의 경우, 심지어 인간과 가까운 영장류를 보더라도 같은 종에 속하는 경우에 이처럼 피부색이 다양한 경우가 거의 없는데. 니나 자블론스키는 《SKIN 스킨》에서 그 답을 알려준다. 당연히 진화적인 설명, 즉, 즉 과학에 기댄 답이다.
햇빛을 받아야 비타민 D를 합성할 수 있다. 비타민 D는 칼슘 흡수에 필수적이라 골격을 형성하는 데 반드시 필요하다. 뿐만 아니라 비타민 D가 부족하면 암 발생 위험도 증가한다. 그래서 반드시 햇빛을 충분히 받는 것이 필요하고, 부족하면 섭취하는 것을 권장하기도 한다. 그런데 햇빛을 많이 받으면, 자외선이 DNA와 엽산 전구체를 파괴한다. 그러니까 필요하지만 많으면 해가 되는 것이 바로 햇빛, 자외선인 셈이다. 피부색은 바로 피부로 들어가는 자외선의 양을 조절하기 위한 정교한 방법이다. 피부에서 자외선을 차단하는 성분은 멜라닌세포에서 만들어내는 멜라닌이다. 개인별로 멜라닌세포의 전체 수는 비슷한데, 이 멜라닌세포에서 만들어지는 멜라닌의 양이 밝은 색 피부를 지닌 사람은 매우 적은 데 반해 짙은 색 피부의 사람은 많다. 또한 색소를 생산하는 활동성 멜라닌세포의 수는 연령별로도 차이가 난다고 한다. 어릴 때는 많지 않지만, 사춘기가 되면 증가하는데, 남녀 모두 생식 시기에 피부에 있는 멜라닌 생산 능력이 최대치에 이른다(처음 알게 된 내용이다). 멜라닌은 자외선과 자유라디칼로부터 DNA가 손상되는 것을 막아 우리를 보호하는 역할을 하는데, 당연히 자외선의 양이 많은 지역에 사람 사람의 피부에 많이 존재하는 것이다. 즉, 정교한 자연선택의 결과인 셈이다.
아마도 우리 인류의 조상은 옅은 색 피부를 가지고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현생 인류로 진화가 이뤄지는 과정에서 털을 잃고 된다(이에 대한 설명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가장 신뢰가 가는 설명은 활동 수준이 높아지고, 뇌의 크기가 커지면서 열을 방출시키는 방법이 땀을 통한 것으로 변해야 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털을 잃게 되자 피부색이 반응을 해야 했다. 즉, 자외선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피부에 멜라닌의 양을 증가시켜야 했던 것이다. 그러다 인류가 아프리카를 벗어나 북쪽으로 이동하면서 반대로 비타민 D 생산을 용이하기 위해 다시 옅은 색 피부로 적응이 일어났던 것이다. 요약하면, “짙은 색 피부는 자외선의 위험으로부터 신체를 잘 보호해주지만, 그와 동시에 피부에서 비타민 D의 생산 과정을 지연시킨다.” 그리고 “고위도 지역 주민들이 옅은 색 피부를 진화시킨 동력은 피부에서 적절한 양의 비타민 D가 합성될 수 있도록 하는 강력한 자연선택의 힘이었다.” 그러니까 피부색은 그 사람의 지적 능력과는 전혀 상관없는 자외선으로부터의 보호와 비타민 D 생산 능력 사이의 trade-off의 결과인 것이다: “짙은 색이나 옅은 색 피부는 과거에 사람들이 살았던 환경에 대해 말해주지만, 피부색 자체는 인종의 정체성을 나타내는 표시로서 아무런 쓸모가 없다.”
사실 피부색은 단절적인 형질이 아니다. 조금씩 이동해 간다면 거의 의식하지 못할 지도 모른다. 하지만 근대 이후 사람들의 이동성이 증가하면서 한꺼번에 먼 지역의 사람들 보게 되자 자신의 피부색과 구분이 뚜렷해진 것이다. 피부색에 대한 편견은, 말하자면, 근대의 발명품인 셈이다.
니나 자블론스키의 《SKIN 스킨》에서 이러한 피부색의 진화에 관한 부분이지만, 이런 내용만 있는 것은 아니지만, 가장 인상 깊은 부분은 4장에서 6장에 이르는 이런 내용들이다. 저자는 시종일관 ‘짙은 색’, ‘옅은 색’이라는 표현을 쓰며, ‘흰색 피부’, ‘검은색 피부’ 같은 표현을 절대 쓰지 않고 있다. 그의 피부에 대한 관점이 그런 것이며, 사실 피부가 흰색인 경우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