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먼 가필드가 이번에는 미니어처(miniature)의 세계를 다루었다. 그야말로 종횡무진이다. 최초의 인공 염료에서, 서체, 편지, 시간, 지도 등 사람들이 관심을 끌만한 소재라는 것 외에는 공통점이 별로 없을 것 같은 내용들을 다뤄왔다(국내에 번역된 것만 추렸다). 이번에는 미니어처다. 인기 많은 논픽션 작가가 다룰 지도 모른다고 생각할 만한 소재는 아니다. 하지만 사이먼 가필드라면 그럴 만 하다는 생각도 든다. 그는 가장 폭넓은 소재를 다루는 논픽션 작가 중 하나다.
미니어처의 세계에 대해서 그다지 관심을 가져오지 않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책을 읽으며 가만히 생각해보니 그동안 엄청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어릴 적 가지고 놀던 장난감들이 사실은 모두 미니어처였으며, 내가 세상을 이해하기 위해서 보고 들었던 것들이 대부분 미니어처에 해당하는 것이었다. 사이먼 가필드는 미니어처를 ‘크기(size)’와는 다른 ‘규모(scale)’에 관한 것이라고 했는데, 우리는 세계를 그대로 인식하기보다는 규모를 축소하거나 확대해서 인식하는 데 매우 익숙하다. 그러므로 미니어처의 세계는 너무나도 친숙하기에 그다지 인지하지 못해왔던 세계인 셈이다.
세계의(주로는 서양 쪽이지만) 많은 미니어처의 세계를 다루고 있다. 미니어처 마을들, 초소형 초상화, 아주 작은 책들, 벼룩 서커스, 모형 철도 등을 다루는데 이는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것들이다. 그런데 사이먼 가필드는 책의 처음을 에펠탑에서 시작한다. 이게 사실 가장 의미심장하다. 에펠탑의 미니어처가 아니라 에펠탑이라고 하는 건축물에 오르는 행위를 미니어처의 세계라 여기는 것이다. 그 높은 곳에 올라가서 내려다본 파리의 모습 자체가 미니어처와 같다는 애기이다. 그렇게 높은 데서 조망했을 때 세계가 달리 보이며 전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인데, 미니어처가 아닌 것을 통해 미니어처라는 것이 가지는 의미가 선명하게 드러내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라스베이거스 자체가 미니어처와 같은 의미를 지닌다는 것도 이해가 된다. 유명한 건축물들을 재현해 놓은 도시가 바로 라스베이거스이며, 그런 재현을 통해서 마치 세계를 한꺼번에 조망할 수 있다는 착각에 빠져들게 하는 곳이 라스베이거스이다. 그리고 이제는 마치 그곳에 원래의 세계처럼 여겨진다는 점에서 미니어처의 의도를 완벽히 구현해내고 있는 셈이다.
세상을 의도적으로 축소시키려는 데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 사이먼 가필드는 군데군데 미니어처의 의미에 대해서 쓰고 있는데, 다음과 같은 것들이다.
벼룩 서커스에 대해서는 “숙달하고 지배하려는 욕망, 불가능해보이는 것에 대한 집착, 경악을 불러일으킬 만큼 세심하고 의도적인 인내심” (104쪽)이라고 쓰고 있으며,
거의 첫 SF 작가라 할 수 있는 웰스도 모형 도시에 빠졌던 인물인데,
“글을 통해 드러나는 웰스는 정치적으로 통치에 대해 사색한 철학자였다. 그는 모형 도시의 이상적 공동체와 사회 변화를 위한 전망을 가지고 있었다. 완벽한 사람들의 완벽한 세상에 대한 전망은 웰스로 하여금 유전학 분야인 우생학으로 기울어지게 하였다. (중략) 소설 쓰기는 본질적으로 창조물에 대한 장악, 서사와 인물을 통제하는 위로부터의 관점을 상정한다.” (127쪽)
모형 철도에 대한 이야기에서는,
“한 가지 요인은 선택한 환경을 지배하려는 욕구다. (중략) 자신이 만든 풍경으로 들어가 몇 시간 동안 또는 며칠 동안 현실 세계에서 벗어나려는 욕구다. 그리고 마지막 요인은 헛되기는 하지만 어린 시절을 되찾거나 재검토하려는 시도다.” (189쪽)
말하자면 미니어처를 통해 쉽게 통제할 수 없는 세계를 장악할 수 있다는 착각을 갖게 된다는 얘기다.
인형의 집에 관해서나, 극소 미니어처에 대해서는 이렇게 쓰고 있다.
“가까이 들여다볼수록 더 많은 것이 보이고 더 많은 것이 보일수록 더 가까이 들여다보게 된다.” (154쪽)
“물론 우리는 더 작게 볼 뿐만 아니라 더 잘 본다. 작게 축소된 세계에서는 우리의 가치관이 이상하게 풍성해지고 우리의 시각은 ‘집중력’을 갖는다.” (282쪽)
작게 만드는 게 감추기 위한 것이 아니라 더 집중해서 보게 하려는 의도를 가질 수 있다는 얘기이고, 역설 같지만 실제로 그렇다는 것을 우리는 또한 알고 있다.
미니어처는 그저 장난감도 아니고, 다른 세계도 아니다. 그건 우리가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의 연장이고, 새로운 감각이다. 우리가 어린 시절 축소된 세계를 통해 세상을 조금씩 배워왔던 것처럼 지금도 당연히 그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