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소리에 빠지지 않기 위해 필요한 것

존 페트로첼리, 『우리가 혹하는 이유』

by E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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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소리’에 대해 쓰고 있다. 여기서 개소리라고 번역된 단어는 bullshit이다. bullshit을 찾아보면, 개소리라고도 변역되기도 하고, ‘허튼 소리’로 번역되기도 한다. 저자는 미주에 bullshit을 다음과 같이 설명하기도 했다(책 전체 맥락에서 저자가 이 용어를 어떻게 쓰는지 파악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1. 어리석거나, 속이거나, 허풍을 떠는 말. 2. 무가치하거나, 속임수를 쓰거나 거짓인 것. 3. 무례한 말이나 행동을 뜻한다.”


이는 거짓말과는 다른 의미를 지닌다. 역시 저자의 설명을 들어보면, 개소리와 거짓말은 동기가 다르다. 개소리꾼과 거짓말쟁이가 같은 말을 할 수 있지만, 거짓말쟁이는 거짓을 말하고 그 사실에 신경을 쓴다. 하지만 개소리꾼은 그렇지 않다. 둘다 진실을 말할 수도 있지만, 개소리꾼은 그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한다.

“거짓말쟁이는 진실을 숨기려고 모든 방법을 동원한다. 현실을 왜곡해 묘사하고 거짓말을 기억하려 한다. 반면 개소리꾼은 실제로 자신의 개소리를 믿는 경우가 많으므로 이러한 부담을 느끼지 않는다.” (25쪽)


사회심리학자인 존 페트로첼리는 이런 개소리가 만연해지고 있으며 많은 대중들이 별 고민 없이 개소리에 넘어가고 있다고 본다. 그에 의하면 개소리는 도처에 널려 있다. 터무니없는 가격으로 팔리는 와인 시장에도 개소리는 널려 있으며, 지금도 수백 만, 수천 만 명이 ISTJ니 하면서 개인의 성격을 가늠하며 고개를 끄덕이는 MBTI도 개소리의 일종이다. 정치계에도(대표적으로 들고 있는 인물이 도널드 트럼프다) 개소리는 만연해 있다. 그리고 신과학 운동을 이끄는 디팩 초프라도 개소리꾼이다. 메이도프의 폰지 사기 행각에 놀아난 ‘똑똑한’ 이들을 보면 누구나 개소리에 취약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저자는 이렇게 우리 사회에 개소리가 만연해 있으며, 누구나 그 개소리에 속아 넘어갈 수 있다고 경고한다.


사실 이런 류의, 즉 사실을 왜곡하는 가짜 주장들에 대한 교정을 의도한 책들은 많다. 한스 로슬링의 『팩트풀니스』나, 바츨라프 스밀의 『숫자는 어떻게 신실을 말하는가』와 같은 책들이 다 그런 책들이다. 모두 과학적 사고를 중시하고, 숫자와 통계를 정확히 파악하는 법을 알려준다. 존 페트로첼리도 마찬가지인데, 한 가지가 인상 깊다.


그는 다른 이들과 마찬가지로 당연하게 ‘회의적인 태도’와 ‘질문하기’가 중요한 습관이라고 한다. 거기에 한 가지를 더 추가한다. 그는 ‘질문하기’에서 ‘왜’ 대신 ‘어떻게’가 필요하다고 한다. ‘왜?’라고 물었을 때는 어떻게든 그 답을 할 수 있지만, ‘어떻게?’라고 물으면 과정을 설명해야 하므로 개소리의 취약성이 들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이것이 사실인지 어떻게 아나요?”라고 묻는 것은 개소리 취약성을 줄이기 위해 밟아야 할 매우 중요한 단계이다.“, 106쪽). 즉, 논거가 아니라 증거를 요구해야 한다는 얘기다.


근데 아무리 개소리라고 하더라도 이미 그 소리를 믿겠다고 마음을 먹어버리면 아무 소용이 없다. 그래서 ‘회의적인 태도’와 ‘질문하기’(그것도 ‘어떻게?’)는 그 이전 단계에 필요한 것이지 어느 단계를 지나버리면 효과가 없다. 그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해답은 이 책에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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