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역사가 된다

전우용, 『역사가 되는 오늘』

by E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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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학자 전우용이 ‘오늘’을 기록하는 방식으로 페이스북에 남긴 짧은 글들을 모았다. 지난해 낸 『망월폐견』을 잇고 있다. 다른 많은 단어들처럼 ‘오늘’이라는 말은 중의적이다. 중요하게 두 가지 의미가 있다. 우선 날짜의 개념으로 바로 어제와 내일 사이의 시간을 의미한다. 그리고 역사적 의미로서 과거와 미래를 잇는 개념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전우용에게도 ‘오늘’은 이 둘의 의미를 모두 포함한다. SNS라는 도구의 특성으로는 분명 짧은 기간으로서 오늘 하루의 의미일 수 있겠지만, 그가 기록하고 있는 오늘에 대한 의견은 또한 분명 역사가 될 오늘날을 남긴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전우용의 기록은 작년에서 올해로 이어지는 나날들을 떠올리게 한다. 격동의 기간이었고(돌이켜보면 그렇게 표현되지 않는 시기는 없지만), 대체로는 답답한 기억들이다. 그가 반복적으로 언급하고 있는 사건들은 분명 ‘역사적’ 사건이 될 가능성이 높다. 그 역사적 사건들에 대해 전우용은 가차 없이 분명한 의견들을 내놓고 있고, 명확한 같은 질문을 던지고 있다. 그 의견들은 너무나 칼 같아 아슬아슬해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그런 선명한 의견, 질문이 아니라면 역사가 될 오늘을 어떻게 명징하게 해석해낼 수 있을까 싶기도 하다.



사실 그의 SNS를 지나치게 정치적으로 편향되어 있다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는 객관이나 중도를 표방하는 견해들의 정치성에 하도 많이 당해왔다. 그의 견해는 역사와 역사 해석에 기초하여 선명하다. 선명함이 오히려 판단을 명확하게 할 수 있는 기반이 되는 건 아닐까 생각한다.



그가 서 있는 지점이나 그가 어떤 행태를 비판하고 있는 근거는 다음과 같은 글에서 찾을 수 있다. 이 책에서 가장 인상 깊게 읽은 부분이기도 하다.



“노인은 자주 ‘왕년’에 했던 일을 생각하고, 청년은 종종 ‘나중에’ 할 일을 생각합니다. 살 날보다 산 날이 훨씬 긴 노인의 시선은 과거로 향하고, 그 반대인 청년의 시선은 미래로 향합니다. 과거를 더 많이 보는 시선이 보수의 세계관이고, 미래를 더 많이 보는 시선이 진보의 세계관입니다. 보수는 실수가 적으나 안일하며, 진보는 용감하나 서툽니다. 보수는 방어적이며, 진보는 공격적이다.

보수는 역사, 전통, 도덕, 윤리, 규범, 책임, 품격을 중시합니다. 진보는 미래, 변화, 혁신, 저항, 파격을 좋아합니다. 보수는 비록 현재가 불합리하게 보여도 ‘과거에 최선을 다한 결과의 총체’이기 때문에 바꾼다고 더 나아질 가능성은 적다고 봅니다. 진보는 불합리한 현실을 그대로 두어서는 안 되며 인간 이성으로 변화시켜야 한다고 봅니다. 보수는 인간의 편견조차도 그럴만한 이유가 있어서 생긴 것이라고 믿으며, 진보는 합리적 근거 없는 편견은 깨버려야 한다고 믿습니다.”



다른 이들은 어찌 읽을지 모르나, 나는 이런 부분에서 그가 보수나 진보에 어떤 편향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그러나 현실의(그러나까 오늘의) 보수나 진보를 표방하는 이들 중에는 보수나 진보의 진정한 성격을 담지하지 못한 이들이 너무나 많다. 보수를 비판하는 것도, 진보를 비판하는 것도 바로 이런 근거에 기초한 것이다. 진짜 보수의 품격, 진짜 진보의 혁신을 보고 싶은 것이다. 나도 보고 싶다.



오늘은 역사가 된다. 그 오늘을 성실하게 기억하고, 기록하는 것. 그것은 역사학자의 책무만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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