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가면을 쓰고 그곳에 간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매스커레이드 나이트』

by ENA

‘호텔 코르테시아도쿄’를 배경으로 하는 ‘매스커레이드’ 시리즈의 세 번째 작품(나는 『매스커레이드 호텔』은 읽었지만 『매스커레이드 이브』는 읽지 못했다. 그러나 이 소설의 배경과 이전 사건을 연결하는 데는 아무런 지장이 없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을 읽으면 대체로 느끼게 되는 것이지만, 이 소설에서도 히가시노 게이고가 작가라는 것을 분명하게 느낄 수 있다. 그게 무언지 한 마디로 끊어내어 말할 수는 없어도, 배경과 인물, 사건의 전개 등에서 히가시노 게이고를 느낄 수 있다. 그렇다고 작품이 비슷비슷하다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다양함에서 느껴지는 한 작가의 작품이라는 감상이 신기하고, 그래서 그의 작품을 다시 찾게 한다.


히가시노 게이고가 호텔을 배경으로 삼은 이유는 대강 짐작이 간다. 그곳은 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곳이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곳이 많은 데도 호텔이라는 장소가 더 특이한 것은 그곳의 사람들은 가면을 쓰고 있다는 것이다. 일상적이지 않은 장소라는 호텔의 특징은 평소와는 다른 모습으로 그곳을 드나들게 한다. 더욱이 그곳의 직원들도 그렇다. 물론 훌륭한 호텔리어들은 진심으로 고객을 대하겠지만, 그들의 미소가 늘 진심만은 아니란 것은 너나 없이 인정하는 게 아닌가 싶다. 아무튼 그렇게 많은 사람들의 자신의 모습을 조금씩 감추고 있는 호텔은, 역으로 사람들의 진짜 모습을 찾을 수 있는 곳일 수 있다. 히가시노 게이고는 『매스커레이드 호텔』에서도 가면을 쓴 인물들을 등장시키더니, 여기서는 여장을 한 남성뿐만 아니라, 아예 가면을 쓰고 참석하는 새해맞이 카운트다운 파티를 배경으로 삼았다. 누구나 아무 거리낌 없이 자신의 모습을 감출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말하자면 가면을 쓴 사람들이라는 상황을 극대화시켰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은 긴박감보다는 사람들의 관계에 더 중점을 둔다. 거기서 따뜻함이 피어 오르는데, 이성적인 등장인물들도 어느 샌가 마음을 열게 되는 것이 히가시노 게이고 소설의 패턴이다. 특히 감동적인 스토리를 통해서 그런 장면을 연출하게 되는데, 이 소설에서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히가시노 게이고는 자신에게 익숙해진 독자들에게 멋진 반전을 선사한다. 두 편의 감동 스토리를, 모두 연극이었던 것이다. 순수함? 그게 쉬운 게 아니다.


이 소설을 읽으며, 난데 없이 말콜 글래드웰의 『타인의 이해』가 생각났다. 타인을 잘 알 수 없다는 메시지를 역사적으로, 여러 조사 자료를 통해 설득력 있게 제시한 책이다. 잘 모르는 사람에 대해서 많은 자료 없이 오해하여 믿게 되는 경우를 보여주는데, 이 소설에서의 상황도 그 일종이 아닌가 싶다. 뒤틀릴 대로 뒤틀린 인간을, 엘리트 형사도, 노련한 호텔리어도 알아내지 못한다. 의심하도록 하고, 그 의심이 풀리면 오히려 더 믿어버리는 인간의 심사를 이용한다. 히가시노 게이고는 그런 인간을 제대로 표현하고 있다. 사실 놀라웠다.


하지만 아쉬운 것은 사건의 전모가 사건의 전개 속에서 자연히 그 암시가 드러나는 게 아니라, 인물들의 진술과 회고를 통해서 밝혀진다는 점이다. 다소 안일한 게 아닌가 싶다. 다만 여러 인물들의 진술 속에서 사람이 자기 위주로 남을 판단하고, 서로 달리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자연스레 보여주고 있는 것은 역시 히가시노 게이고답기는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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