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덕에 대해 묻다

오승호의 『도덕의 시간』

by ENA

저자 이름은 ‘오승호’. 우리말 이름인데, 제목에는 일본어가 있고, 옮긴이까지 있다. 그렇다. 재일교포다. 그의 이 작품은 2015년 에도가와 란포상 수상작이다. 에도가와 란포상이라는 이름은 히가시오 게이고 소설을 읽으면서 익숙해진 상이다. 일본 추리문학계 신인상으로 가장 권위 있는 상이라고 한다. 몰랐지만 재일교포가 이 상을 수상했다고 우리나라에서도 좀 보도가 되었다고 한다(확인해봤더니 그랬다). 여러 사정으로 이 소설을 충분히 관심을 받을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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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덕의 시간』은 작품으로도 그런 관심에 답을 한다. 극적인 요소를 다소 인위적으로 과장시킨 면은 있으나 예상할 수 있는 범위에서의 반전과 예상을 넘어서는 반전이 적절히 배치되어 있다. 물론 ‘도덕’이라는 주제를 너무 의식하긴 했다. 하지만 신인으로서 문학상에 도전하는 입장에서는 소설의 기법뿐만 아니라 소설 속에 담아야 하는 메시지에도 크게 신경을 썼어야 했을 것이란 생각을 해본다. 더욱이 추리소설이라는 외피를 두른 소설이 너무 ‘큰’ 주제에 신경을 쓰면 기본적으로 독자를 긴장시켜야 하는 추리소설의 본연의 임무에서 벗어날 가능성이 높아지는데, 이 소설은 주제를 통해서 긴장감을 높여간다.


그리고 10여년 전의 사건과 전혀 무관한 현재의 사건을 묘하게 연결시키고 있는데, 이 부분 역시 이 소설에 정말 많은 신경을 썼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 경우 그냥 인물이나 어떤 상황을 연결시킬 수 있는데, 여기서는 그런 연결 고리가 없으면서도 전혀 상관이 없는 것은 아니라는 느낌을 받게 한다. 단지 ‘도덕’이라는 주제로만 연결되는 것도 아닌.


주제에 너무 빠지면 미스터리 소설 본연의 맛을 잃어버릴 수 있다고 했지만, 역시 이 소설에서 빠트릴 수 없는 것이 역시 ‘도덕’이라는 질문이다. 도덕은 인간의 본성이기도 하고, 사회를 유지하기 위한 방편으로서 기능한다. 그래서 도덕은 보편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그 도덕의 보편성을 밀고 나갔을 때, 보편적 도덕을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적용될 때, 도덕의 특수성을 무시했을 때는 잔인해진다. 모든 사람에게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는 ‘도덕’은 그것 자체로도 폭력이 될 수 있다. 그렇다고 도덕의 보편성을 무시할 수 있을까? 그럼 사회의 질서가 무너질 수도 있는데? 그 질문을 이 소설은 던진다. 물론 정답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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