웬디 무어의 『완벽한 아내 만들기』
18세기 중후반 영국. 한 남자와 한 여인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소설 같은 이야기다. 한 남자는 평생 직업을 얻지 않고 살아도 될 만큼 부유한 청년이었고, 한 여인은 부모가 누군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고아원에서 자란 소녀였다.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이 남녀가 운명의 어느 지점에서 만나게 된 것은 그 시대의 시대정신이라고 할 수 있는 계몽주의 때문이었다.
계몽주의를 무어라고 한 마디로 정의 내리는 것은 쉽지 않지만, 분명한 것은 이전 시대의 비합리적이고, 불평등한 사고 방식에 대한 타파였다. 계몽주의가 그 시대의 시대정신이었던 만큼 많은 계몽주의자가 주목 받았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큰 파란을 일으킨 인물 중 하나는 루소였다. 루소는 『사회계약론』으로도 유명했지만, 대중적으로 큰 유명세를 탄 것은 『신엘로이즈』라는 연애소설과 『에밀』이라는 소설 형식을 틴 교육론이었다. 『에밀』에서 루소는 자연주의적 교육론을 설파했고 많은 추종자들이 그 교육론에 공감하고, 일부는 글자 그대로 『에밀』의 방식을 따르려 했다. 그 중에 토머스 데이라는 인물도 있었다. 앞에서 언급한 바로 그 청년이었다.
부유한 배경에, 막대한 상속이 예정된 청년이었지만, 그는 전혀 꾸밀 줄 몰랐으며, 예의라고는 거의 무시하는, 그야말로 자유로운 영혼이었다. 그는 이상적인 여성과 이상적인 결혼 생활을 꿈꿨다. 그러나 몇 차례 약혼이 깨지면서 독특한(?)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이상적인 여성을 만나지 못한다면… 이상적인 여성을 만들면 될 것 아닌가? 그 여성과 결혼을 하면 되는 것이다, 그는 그렇게 생각했다. 이 생각의 바탕에는 그 이전의 남녀관, 즉 남녀가 태생적으로 능력과 기질 상으로 완전히 차이가 난다는 생각에 대한 계몽주의적 반대가 있었다. 그는 남녀가 동일한 능력을 지니고 있으므로 교육에 의해서 여성도 계몽시킬 수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이상적인 여성을 만들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지금 생각하면 아주 괴상한 생각이지만, 놀랍게도 그 당시 그의 생각에 공감을 하고, 또 도움을 주거나 흥미롭게 바라본 이들이 많았다. 그리고 그들의 이름은 역사에도 이름을 남긴 계몽주의자들이었다. 찰스 다윈의 할아버지인 이래즈머스 다윈을 비롯해서, 증기기관 발명자로 유명한 제임스 와트 등 역사적으로도 유명한 루나 협회의 회원들이었다(책에서 유명한 이들의 이름이 연이어 등장하는 것을 보는 것도 무척 흥미로운 일이다).
그는 친구와 함께 고아원에서 싹이 보이는 두 소녀를 골라내고 교육을 시킨다. 그가 원하는 이상적인 여성상이란, 지금 생각하면 완전히 시대착오적인 것이었다. 남편에 복종하는 것은 물론이고, 사치는 물론 꾸미는 것도 금지되었다. 노동에도 익숙해야 했다. 그렇게 고른 소녀 중 남겨진 이가 바로 사브리나 시드니였다. 앤 킹스턴이라는 이름으로 고아원에서 자라던 그녀는 어느 날 사브리나 시드니가 되었다. 나중까지 그녀는 자신이 단순히 하녀 견습생으로 뽑힌 줄로만 알고 있었다고 한다. 그녀에게 실망하고 내친 후에, 다른 여인에게 접근했다가 차인 후, 다시 사브리나에게 결혼을 청하면서야 그녀에 대한 처절한 교육이 ‘완벽한 아내’를 만드는 과정의 일환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결국은 사브리나 시드니는 사브리나 데이가 아니라 사브리나 빅널이 된다(빅널은 데이의 동료였다). 토머스 데이는 또 다른 여인, 자신이 혐오했던 배경을 가진 여인과 결혼을 했지만 젊은 나이에 죽고, 사브리나는 여든이 넘어서까지 산다. 토머스 데이는, 이 일을 제외하고 나면 완벽한 계몽주의자였다. 격식을 혐오했을 뿐만 아니라, 노예제에 대해 반대했으며, 미국 독립에 대해 적극적으로 지지했다. 또한 최초의 아동만을 위한 책(베스트셀러가 된다)의 저자이기도 했다. 그러나 계몽주의로서 남녀의 평등을 이상하게, 완전히 자신 위주로 받아들이면서 ‘완벽한 아내 만들기’라는 말도 안 되는 프로젝트를 시도했던 것이다.
저자인 웬디 무어는 고아원 원장 명부, 교구 세계 장부, 학교의 회계 문서 등을 뒤지고 뒤져 이 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의 전모를 밝혀냈다. 18세기 계몽주의의 이상이 왜곡되면 어떻게 되는지를 이 소설 같이 이야기 속에 담았고, 이름 없이 사라졌을 한 여인의 삶을 복원해냈다. 그리고 이상주의가 어떻게 왜곡될 수 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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