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토류 전쟁

데이비드 S. 에이브러햄의『희토류 전쟁』

by ENA

<장면 하나>

요즘 드라마 중에 <더킹>이라는 게 있다. 계속 시청하는 건 아니지만, 어느 날 봤더니 우리나라(대한제국)가 소현세자의 개혁이 성공해서 일제 지배도 받지 않고, 남북 분단도 없이 아직 군주제를 유지하고 있다는 설정이었다(물론 다른 역사, 지금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역사도 있다). 거기서 대한제국은 세계 4위의 1인당 GDP를 구가하는데, 그 이유가 바로 희토류라는 설정이었다. 현재의 북한 지방에서 발견된 희토류로 우리나라는 굉장한 부를 향유하고 있었다.


<장면 둘>

2010년 7월의 일이었다. 한국의 독도와 비슷하게, 일본과 중국 사이에 영유권 문제가 있는 곳이 바로 센카쿠 열도(중국에서는 댜오위다오라고 한다)다. 독도와는 또 달리 이 곳이 일본이 점령(이렇게 표현하니 우리의 독도와는 완전히 다른 상황이라는 걸 알 수 있다)하고 있는데, 이곳에 접근했던 중국 어선의 선장을 일본이 구금했다. 그 보복으로 중국이 택한 것은 중국에 있는 일본인 넷을 구속했고, 또 하나. 일본에 희토류 수출을 금지했다(어쩌면 아베는 이 상황에서 아이디어를 얻고 작년 그 일을 결정했는지도 모른다). 결국 중국의 압력에 굴복했다.


희토류(稀土類, rare earth metals)의 위력을 보여주는 가상, 그리고 실제의 장면이다. 희토류란 무엇일까? 사실은 희금속류(rare metals)라는 말이 더 정확한 말일 수 있는데, 매년 수천 톤 이하로 채취되는 금속류를 일컫는다. 정의는 이렇게 간단한데, 사실 그 범위를 정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관련 기관들끼리도 여기에 포함시키는 금속의 종류가 다르다. 그러나 대체로는 어느 정도 동의하기는 하나 본데, 이 금속류들의 특성에 어떤 공통점이 있는 것은 아니다. 그냥 희귀한 금속이라는 뜻이고, 그런 의미로 묶여져 있다. 그런데 이 희귀한 금속들이 현대, 특히 초현대에 들면서 막강한 위력을 떨치고 있다.


그렇게 된 데에는 우리의 문명이 급속도로 발전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강철을 더욱 가볍고, 더욱 강하게 만드는 데도, 브라운관을 LCD로 바뀌는 데, 백열등, 형광등을 LED로 전환하는 데, 가볍고, 높은 온도에도 견디는 비행기를 만드는 데 등등 현대의 첨단 기술, 환경 기술, 군사 기술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게 바로 희토류다.


간단하게 이 책(『희토류 전쟁』)에서 예를 들고 있는 첨단 기술에 들어가는 희금속을 보면, 전동 칫솔의 탄탈럼, LED 디스플레이에 들어가는 갈륨, 휴대폰에는 안테나의 티타늄과 붕소, 전파 송신기에는 티타늄과 바륨, 콘덴서에는 탄탈럼과 스트론튬, 스피거와 마이크에는 사마륨과 코발트, 커넥터에는 베릴륨, 앰프에는 갈륨이 들어간다. SSD에는 희토류 자석이 들어가고, 광섬유에는 게르마늄이 들어간다. 아주 일부의 예다. 이런 예만 보더라도 우리가 향유하고 있는 문명의 편이함이 희금속류에 의지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비록 우리는 인식하고 있지 못하고 있지만.


그래서 문제가 생긴다. 희귀한 금속이면서 그 매장도 전혀 고르지가 않다. 어느 지역에만 묻혀 있다. 수요는 증가하지만, 공급을 그 수요를 따라가기 힘들며, 그 공급조차 특정 국가, 지역에 의존하고 있다. 그래서 2010년의 일본-중국과 같은 일이 벌어지며, 혹은 제대로 공급을 받지 못해 오히려 구기술로 돌아가는 일도 벌어진다. 과거 철기 문명을 미리 받아들인 민족이 타 민족을 정복하고 제국을 건설할 수 있었듯이, 현대에도 재료를 통해서 운명이 결정될 것이라는 예측이 가능한 상황이다. 전쟁만 예를 들어도 이 책의 문장을 그대로 인용하면, “무기의 재료 의존성은, 현대전에서 흥패를 결정하는 결정적인 요충지는 전쟁터와는 멀리 떨어진 곳이라는 사실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오늘날 가장 중요한 전장은 미사일이 떨어지고 대포가 발사되는 곳이 아니라, 바로 재료공학 연구소들이다.”


저자는 우려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기업들이 우려하고 애를 볶는 것과는 달리 정부나 학계를 그렇게 심각하게 여기지 않는다는 것이다(주로는 미국에 대한 얘기지만). 희금속류에 대한 연구 인력도 거의 없고, 정부 부처도 이를 관장할 컨트롤타워가 없다는 것이다(우리는 어떤지 모르겠다).


이 희귀한 금속을 가운데 둔 상황은 거의 전쟁과 같다는 게 저자의 인식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몇 가지 대안을 내놓기는 하고 있다. 재활용이라든가, 절약, 정부나 기업의 인식 전환 같은 것들인데, 전쟁 상황에서는 너무 약한 게 아닌가 싶다. 하지만 별로 대책이 없다는 게 그런 대책만을 내놓을 수 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급격히 늘어가는 수요에 한정된 수요와 편향된 매장. 그리고 그것을 정치적으로 이용할 수 밖에 없는 국가, 세력. 희토류를 두고 앞으로 어떤 상황이 닥칠지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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