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르스나르와 스가 아쓰코, 겹쳐 읽기

스가 아쓰코, 『유르스나르의 구두』

by ENA

마르그리트 유르스나르. 난 이 이름을 처음 알았다. 제목을 보고도 이 이름이 작가의 이름이라는 것을 생각지 못했다. 당연히 유르스나르가 아카데미 프랑세즈 설립 약 350년 만에 최초의 여성 회원이 된 작가라는 것은 더욱 알지 못했다. 스가 아쓰코의 이 책을 몇 쪽 읽다 검색해봤다. 몇 권의 책이 번역되어 있다. 대표작이라고 하는 『하드리아누스 황제의 회상록』과 함께 첫 작품을 포함한 『알렉시?은총의 일격』, 『동양 이야기』 등이다. 아무래도 우리나라에서는 인기 있는 작가는 아닌 듯하다. 스가 아쓰코는 어떻게 이 작가를 중심으로 글을 쓸 생각을 했을까? 게다가 이 작품은 생전 마지막으로 출판한 책이다. 그녀 스스로 유르스나르에 대해서 쓰면서 작가는 작품을 다 쓰면 죽는다고 했는데...

IMG_Marguerite_Yourcenar-Bailleul-1982.10.04.Bernhard_De_Grendel__10_.jpg



스가 아쓰코는 한 사람의 궤적을 쫓게 되는 이유가 자신과 비슷한 것에 끌리거나, 반대로 확실하게 거리를 두고 있는 것에도 동경을 품게 되기 때문이라고 하면서, 자신이 유르스나르에 대한 감정은 후자 쪽이라고 했다. 확실히 유르스나르의 삶과 스가 아쓰코의 삶에는 별로 겹치는 게 별로 없어 보인다. 그러나 그저 자신과 다른 삶에 대한 동경만으로 한 작가의 뒤를 따라 걷는 듯한 글을, ‘이렇게’ 쓸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어쩌면 자신에게서 모자랐던 무언가를 유르스나르의 궤적으로 메울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은 아닐까? 일본인으로 유럽으로 유학 가 결혼하고 정착하다, 남편의 죽음 후 다시 일본에 돌아와 전혀 예상치 못하게 글을 쓰는 삶을 살아간 스가 아쓰코였다. 유르스나르는 프랑스인으로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나 어릴 적부터 소설을 쓰고, 정말 숨가쁘게 여행을 하다 동성 연인을 만나 미국의 외딴 섬에 정착했다. 스가 아쓰코는 유르스나르에게서 거리로 인한 동경을 품었지만, 그 거리는 전혀 닿지 못할 정도의 것이 아니었다. 닿을 수도 있었지만 포기했던, 혹은 벽에 막혔던 그런 것이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어느 정도 나이가 들어서 발견한 유르스나르였고, 글을 쓰고, 책을 발간한 것은 생의 황혼이었던 점으로 그런 짐작을 그럴 듯하게 여기게 된다.


IMG_KakaoTalk_20220311_214613243_1.jpg



유르스나르의 뒤를 따라 걷는 듯한 글을 썼다고는 하지만, 정작 글의 주인공은 스가 아쓰코 자신이다. 유르스나르의 궤적과 자신의 궤적을 교차시키고 있다. 유르스나르는 자신의 궤적을 돌아보기 위한 하나의 계기가 되고 있다. 그건 유르스나르의 사진이 되기도 하고, 그녀의 소설이 되기도 하고, 그녀의 삶에 대한 이야기가 되기도 하고, 그녀가 살았던 집이 되기도 한다. 유르스나를 통해 스가 아쓰코는 자신의 과거로 넘어간다. 과거에는 자신과 교류했던 인물들이 있다. 그들과 함께 했던 일들은 그저 일화적인 추억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항상 의미가 있다. 아련하지만 그 아련함을 아름답게 치장하는 것이 아니라, 아련함을 거두고 될 수 있으면 명확하게 보고자 하는 의지가 있다.


IMG_C6Ot-_JWUAAce3C_1.jpg



스가 아쓰코를 안 게 불과 2, 3년이다. 그 사이, 이제 『유르스나르의 구두』까지 모두 여섯 권의 책을 읽게 되었다(참고로 스가 아쓰코의 책을 읽은 순서로 정리하면 『밀라노, 안개의 풍경』, 『코르시카 서점의 친구들』, 『베네치아의 종소리』, 『먼 아침의 책들』, 『소금 1톤의 독서』, 『유르스나르의 구두』. 이렇게 된다). 더 많은 책을 썼는지는 모르겠지만, 국내에 번역된 책 전부다. 어떻게 읽게 되었는지는 가물가물하다. 누군가가 그녀의 책을 소개한 글을 읽은 게 계기였을 것이다. 한 작가의 책을 빠져들 듯 읽는 경우가 스가 아쓰코만은 아니다. 소설가도 있고, 과학저술가도 있다. 스가 아쓰코와 같은 에세이 작가의 경우는 없다. 그녀의 글에는 무엇이 있을까,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


일본어로 정말 어떻게 쓰여있는지는 모르지만(, 우리말로 번역된 스가 아쓰코의 문장은 정갈하다. 정갈하니 편하다. 그러나 편하지만 막 읽히지 않는다. 어렵지 않은 문장이지만 읽기를 멈추고 돌아가 다시 읽게 되는 경우가 많다. 생각하게 한다. 명쾌하지만 사색의 글이라 간단하게 읽을 수 없다. 거기에 빠져 그녀의 책을 읽게 된다.


스가.jpg


keyword
작가의 이전글히틀러 시대의 외국인 여행자들은 어떤 독일을 보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