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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티푸스 (살모넬라) 2.

샐먼과 스미스, 그리고 ‘병독성 감소의 법칙’

by ENA

샐먼과 스미스, 그리고 ‘병독성 감소의 법칙’


샐먼은 미국 최초로 수의학 박사학위를 받은 수의사였다. 1872년에 코넬대학교를 졸업하면서 수의사가 되었고, 4년 후 1876년에 역시 코넬대학교에서 수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대학 졸업 후 뉴저지의 뉴어크와 노스캐롤리나의 애슈빌 등에서 수의사 일을 하다 미국 농무부에 들어가 동물의 질병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농무부 내의 수의 관련 부서를 만들 것을 처음 제의했고, 이 부서는 나중에 동물 관리국(Bureau of Animal Industry)으로 발전하게 되는데, 샐먼은 1884년 이 부서가 창립되면서부터 1905년까지 책임자로 일했다. 그는 부서의 책임자로서 우폐염의 원인이 되는 Mycoplasma mycoides 근절, Babesia로 인한 텍사스 열에 대한 연구와 함께 미국 내 육류에 대한 감시 체계의 확립 등 적지 않은 업적을 남긴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Theobald Smith가 상사 이름을 자신이 발견한 세균에 붙인 것은 그의 업적에 대한 진짜 존경심에서 우러나온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스미스(Theobald Smith)가 Salmonella란 이름을 Salmonella choleraesuis(나중에 Salmonella enterica)에 처음 쓴 것은 맞지만 Salmonella란 이름이 바로 쓰인 것은 아니었고, 공식적으로 인정받은 것도 아니었다. 1900년에 이르러서 조셉 리니에르(Joseph Leon Lignières)가 그 이름을 제안하면서 공식적으로 인정받고 비로소 과학자 그룹에서 받아들여지게 되었다.


스미스는 샐먼과 함께 텍사스 열과 진드기 매개 질병 등을 연구했는데, Salmonella라는 이름을 지은 것 외에 “law of declining virulence (병독성 감소의 법칙)”라는 이론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독성 감소의 법칙은 숙주와 병원체가 서로 오랫동안 관계를 맺게 되면 점차 병독성이 감소한다는 것을 말한다. 스미스는 1880년대 소의 진드기 매개 질병을 연구하면서 질병의 심각성이 이전에 감염되었는지 여부에 따라 결정된다는 것을 발견하였다. 병원체에 반복적으로 노출된 소는 병원체를 처음 접한 소보다 질병의 중등도가 낮았다. 스미스는 이것을 숙주와 병원체가 시간이 지남에 따라서 점차 상호 호의적인 관계가 되었기 때문이라고 봤다.

병원체가 숙주를 처음 접하게 되면 숙주도 병원체에 대한 면역이 없기도 하지만, 병원체도 숙주에 대해 적응이 되지 않아 병독성이 강하게 나타나지만, 그 관계가 오래되면 병원체도 숙주를 죽이지 않는 방향으로, 즉 병독성이 약해지는 방향으로 진화한다는 얘기다. 이와 같은 예로 드는 것은 결핵이나 페스트 같은 것들인데, 이것들의 전장유전체(whole genome)의 염기서열을 조사해보면 균주들 사이의 변이가 매우 적은 걸 볼 수 있다. 이런 결과는 이 세균들이 독립된 종으로서 병원체로 진화한 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인간과 접촉한 세월도 오래지 않았다는 얘기다. 따라서 이들은 병독성도 매우 높다. 반면 인류와 오래 접촉한 질병의 경우에는 숙주를 죽여버리면 병원체도 자신들이 살아갈 터전을 잃어버리기 때문에 적당한 정도로만 괴롭힌다. 또한 그 병원체에 오랫동안 접촉하게 되면 면역력을 획득해서 병독성이 상대적으로 약해지기도 하는 것이다. 최근 코로나 19도 오래되면 점차 인류에게 적응해서 병독성이 약해지는 방향으로 진화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는 것도 이 병독성 감소의 법칙에 따른 것이다.


물론 병원체에서 병독성의 진화는 단순히 관계가 얼마나 오래 되었는냐에만 좌우되는 것은 아니다. 이에 관해서는 폴 이왈드(Paul Ewald)의 연구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는 병원체의 병독성이 사람과의 접촉한 기관과 밀접한 연관을 갖는 것은 대체로 맞지만 그 밖의 요소들도 고려해야 한다고 봤다. 그의 연구 결과에 의하면 곤충과 같은 매개체에 의한 질병이 사람과 사람 사이에 직접 전파되는 질병보다 더 병독성이 강한 걸로 나타난다. 일단 매개체가 있으면 거기서 자신의 생존은 보장받을 수 있는 것이니까 최종 숙주인 사람의 목숨 따위는 별로 상관이 없을 수 있는 것이다. 매개체의 종류도 영향을 준다. 그는 식중독이나 장염 등 설사를 일으키는 세균들의 병독성을 감염되었을 때의 사망률을 통해 조사했다. 그랬더니 물을 통해서 전파되는 비율이 높은 비브리오 콜레라(Vibrio cholerae)나 장티푸스 살모넬라 (Salmonella typhi) 등이 그 비율이 높지 않은 비-장티푸스 살모넬라(nontyphoid Salmonella)나 캄필로박터 제주니(Campylobacter jenuni)에 비해 감염 대비 사망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요약하자면 병원체의 병독성은 숙주와 얼마나 오랫동안 관계를 맺어왔는지, 숙자가 최종적인 것인지, 매개체가 존재하는지, 매개체가 존재한다면 그것이 생물적인 것인지, 비생물적인 것인지에 따라 진화 양상이 달라진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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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미스가 제시한 병독성 감소의 법칙은 다소 경험적인 측면이 강했고, 숙주와 병원체의 관계에 대해 놓친 부분이 많은 단순한 이론이었다. 하지만 이를 통해 그가 자신의 연구 대상을 세심하게 관찰했고, 이를 통해 일반화시킬 수 있는 이성의 소유자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의 이론이 이후 폴 이왈드와 같은 숙주와 병원체 사이의 독성의 진화와 관련한 연구의 토대가 되었다는 것도 인정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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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niel E. Salmon (1903-1905)

5.jpg Theobald Smith (1859-1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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