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티푸스와 관련해서 또 한 명 유명한 사람이 있다. 바로 ‘장티푸스 메리(Typhoid Mary)’라 불리는 여인이다. 본명이 메리 맬런(Mary Mallon)인 이 여인은 전염병과 관련해서 가장 큰 비난을 받은 이 중 한 명이다(또 한 명을 들라면 에이즈와 관련하여 Patient Zero라 불린 개탄 듀가스(Gaetan Dugas)가 아닐까 싶다). 그녀는 1900년대 초반 10대의 나이로 아일랜드에서 미국으로 이민 와서 주로 부유한 가정에서 장기적으로, 혹은 단기적으로 고용되어 일하던 요리사였다. 그녀는 겉보기에 건강했지만, 그녀의 장 속에는 장티푸스균, 즉 살모넬라가 살고 있었다. 아마도 어린 시절 약하게 앓고 지나갔기 때문에 증상이 없었거나, 아니면 그녀의 면역 체계가 잘 조절하고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그녀의 몸속에 있는 살모넬라는 그녀가 장만하는 맛있는 요리 속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살모넬라는 호흡기로 전파되는 세균은 아니다. 그러니까 소변이나 대변으로 나온 균이 그녀의 손을 거쳐 요리 속으로 들어갔을 것이다(당시에는 위생 관념이 그리 투철하지 못했음을 이해해야 한다). 그렇게 요리 속으로 파고든 세균은 그 요리를 먹은 부잣집 가족들과 손님들을 감염시켰다.
메리 멜런은 당시 전염병 퇴치사라 불리던 뉴욕시 보건 당국의 조지 앨버트 소파 박사에 의해 추적되었고, 고압적인 방식으로 소변과 대변, 혈액 채취를 강요당했다. 격렬히 저항하고 도망치기도 했지만 결국은 강제로 입원당하고, 결국은 그녀가 살모넬라를 가지고 있다는 게 밝혀졌다. 살모넬라를 증식하는 것으로 알려졌던 쓸개를 절단하는 수술을 받을 것을 강요당했지만 거절했고, 끝내는 강제로 병원 시설에 수용되고 말았다. 3년 후 다시는 요리와 관련된 직업을 가지지 않겠다는 서약서를 쓰고 사회로 나오지만, 생계를 꾸릴 방법은 그것 밖에 없어 다시 병원에 요리사로 몰래 취업했다. 그 사실이 들통 난 것도 병원에서 장티푸스 환자가 나오고 사망자가 생겼기 때문이었다. 결국은 다시 체포되어 외딴 섬에 있는 병원에 수용되었고 1938년 11월 죽을 때까지 26년간 밖으로 나오지 못했다.
메리 멜런의 사례는 보균자(carrier)의 위험성을 상기시키는 자료로 자주 인용된다. 보균자란 메리 멜런처럼 외견상으로는 증상을 나타내지 않지만 병원체를 보유하고 있는 사람을 말한다. 이런 보균자는 감염질환을 퍼뜨리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메리 멜런 당시에는 보균자의 개념이 전문가들에게도 확실하게 정립되어 있지 않았고, 일반인들은 이를 받아들이게 힘들었을 것이다. 그래서 메리 멜런은 자신이 그런 상태에 있다는 것을 인정하지 못했다.
그런데 ‘장티푸스 메리’ 메리 멜런과 관련해서 생각해봐야 할 것이 있다. 메리 멜런이 강제로 수용될 당시 그녀와 관련된 장티푸스 환자는 20명에서 30명 정도라고 알려져 있다. 그런데 당시 장티푸스 환자는 뉴욕주에서만 1년에 수천 명이 나오고 있었다. 말하자면 메리 멜런은 본보기 같은 존재였다. 전염병이 속출하는 와중에 누군가는 그에 관한 책임을 져야 하는 상황에 메리 멜런과 같은 여성 이민자는 희생양으로 삼기에 아주 적합한 존재였다. 물론 보균자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질병을 퍼뜨리고, 찾아내기도 쉽지 않기 때문에 위험하다. 하지만 그녀가 죽을 때까지 감금당하고, ‘장티푸스 메리’라는 별명으로 길이 남을 만큼의 ‘죄’를 지었다고 보기에는 찜찜한 구석이 많이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