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탑건>이 개봉한 건 1986년도. 벌써 36년 전이다. 36년이라면 우리나라가 일제에 강점되었던 기간과 거의 비슷하다. 그때 파일럿들이 비행에 나서면서 하던 손동작을 따라 하던 소년이 중년이 되었다.
향수(鄕愁)라고 할 수 밖에 없다. <탑건>을 볼 때의 내 나이보다 더 나이가 든 딸은 내가 새로 나온 <탑건>을 보러 간다며 다소 들뜬 표정을 하자,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그게 뭔데 싶은 표정으로. 하기야 약 10년 전 미국 샌디에이고에 학회 참석차 갔다가 학생들과 들른 바가 <탑건>을 촬영한 장소였는데, 그걸 흥분되어 말하는 나를 학생들은 이해를 못했다. 무슨 영화인데요? 주제곡을 들려주자 그제서야 들어는 봤다고 했다. 그런 영화를 36년이 지나 보는 것을 향수 때문이 아니라고 할 수 없다.
<탑건>을 다시 제작한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때, 더욱이 주연이 여전히 톰 크루즈라는 얘기에 매우 궁금했다. 그가 여전히 전투기를 조종할까? (이제는 여객기 조종사가 되어 있지는 않을까?) 다시 웃통을 벗어젖힐까? 여전히 누구와 사랑을 하고 있을까? 킴 베이싱어는 나오지 않을 텐데...
결국 <탑건: 매버릭>은 모든 게 향수를 자극하는 장치로 짜여진 영화였다. 처음의 <탑건>을 본 이들만이 늙어버린 발 킬러(아이스맨)에 안타까워 할 것이고, 루스터가 구스의 아들이라는 것을 한눈에 알아볼 것이다. 오토바이를 타고 멋지게 달리는 장면도 원래의 것과 다를 바 없으며, 모래사장에서 벌어지는 전투 미식축구가 36년 전 비치발리볼을 연상케 한다는 것 역시도.
구성은 36년 전의 영화와 동일하다. 36년 전엔 탑건 트로피를 쟁취하기 위한 경쟁이었지만, 이번에는 실제 전투 상황이 벌어지는 것뿐이다. 갑자기 <미션 임파서블>을 떠올리게 하고, 또 마지막 장면이 완전 신파라는 점에서 피식 웃음이 나기도 하지만 이 영화가 목적으로 하는 것이 <탑건>을 기억하는 관객들을 다시 불러 모으고, 그들을 향수에 젖게 하는 것이니만큼 충분히 용서가 된다. 다만 실제 상황이라는 게 원자로에 대한 선제 타격이라는, 우리로서는 상당히 민감한 부분이라(적국이 어디인지는 명시하지 않았다) 우려스럽긴 했지만.
앳되어 보이던 톰 크루즈가 나이를 먹었다. 그가 보낸 세월만큼 나도 세월을 보냈으니 나의 외양이 어찌 변했을지도 뻔하다. 그러나 36년 후에도 여전히 ‘살아 있는’ 톰 크루즈를 보며 나도 살아 있을 수 있다는 자신감도 얻는다. 과거의 기억에 메어 있는 게 ‘꼰대’지만, 그래도 그 시절로 돌아가게 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 아닌가? 지금 이 영화를 처음 보는 소년, 청년들도 그러할 것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