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러데이와 맥스웰은 그들의 과업이 자연을 이해하려 노력하는 인간 지성의 이상향이 된다는 점에서, 진정한 과학자가 된다는 것이 무엇인지 상기시켜준다. 그들은 탐구심, 객관성, 지구력뿐만 아니라 속세의 명성이나 허영에 현혹되지 않는 윤리적 성품까지도 갖춘 진리 탐구자들이었다. 그들의 정신에 깃든 관용과 겸손은 과학자로서의 위치를 더욱 공고하게 했다.” (371쪽)
전자기장을 발견하였고, 이를 실험으로 입증한 패러데이, 이를 이론화함으로써 응용의 길을 터놓은 맥스웰. 이들은 위대한 물리학자 뉴턴 이래 경직된 역학적 세계에서 자유로운 사고를 펼쳤고, 새로운 과학의 세계, 나아가 문명의 세계를 마련하였다.
패러데이와 맥스웰은 서로 아주 다른 환경에서 태어났다. 한 사람은 하루하루를 겨우 연명하는 집안에서 태어나 인쇄소에서 수습생으로 일하던 소년이었다. 반면 한 사람은 영지를 가진 여유 있는 집안에서 태어났다. 한 사람은 정규 교육은 받지 못했으나 과학에 대한 열정을 지니고 있었고, 단 한 번 주어진 기회를 붙잡고 악착같이 과학자의 사다리를 탈 수 있었다. 그리고 다른 사람은 최고의 교육을 받았으며 천재적인 능력을 어렸을 때부터 인정받는 인물이었다(<타임스>지는 맥스웰을 “단연 19세기를 통틀어 가장 마법적인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한 사람은 수학을 전혀 몰랐기에 모든 논문을 수학식 하나 없이 기술했고, 또 한 사람은 자신의 발견을 정교하게 수학식으로 표현해낼 수 있는 사람이었다.
이처럼 다른 사람 같아 보이는 두 천재는 서로를 발견했다. 제임스 클라크 맥스웰은 마이클 패러데이가 정립해가는 분야의 중요성을 깨닫고 자신의 능력을 쏟았고, 패러데이는 낮은 신분이라는 족쇄를 깨부수며 과학자로서 명성이 드높던 시기 젊은 맥스웰의 능력을 알아봤다.
패러데이와 맥스웰을 동시에 조명하고 있는 이 책은 두 사람의 성장 과정과 그들이 발견한 내용과 함께 발견에 얽힌 이야기를 전반적으로 다루고 있다. 21세기 전기 문명을 가능케 하는 데 가장 큰 공헌을 한 두 인물이 서로 맞닿은 지점도 흥미롭고, 처음에는 잘 이해받지 못하던 맥스웰의 이론을 받아들여 발전시킨 초창기의 맥스웰주의자들, 특히 20개나 되었던 맥스웰의 공식을 4개로 줄여 사람들이 이해할 수 있게 정리한 올리버 헤비사이드에 관해서는 처음 알게 되었다.
그리고 맨 앞에서 인용하고 있듯이 두 과학자의 인격적인 부분 역시 매우 공감할 수 있게 쓰고 있다. 패러데이는 겸손하고 성실했으며, 맥스웰은 언제나 온화했고 유머를 잃지 않았다. 둘 다 공적인 일에 요청받았을 때 헌신적이었으며 죽기 바로 직전까지 연구에 손을 놓지 않았다. 그들은 태어날 때부터, 그리고 죽을 때까지도 과학자였던 것이다.
그들이 없었어도 전자기장을 누군가 발견하고, 또 그것의 응용의 길을 찾았을 것이란 말은 공허하다. 그건 분명 그들이 한 일이기 때문이다. 그들이 그때 했으므로 우리의 과학이, 우리의 문명이 이렇게 형성되었다. 그들이 없었다면? 생각할 수 없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