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혁명 속 과학자들

다무라 사부로, 『프랑스 혁명과 수학자들』

by ENA

우선 번역, 내지는 편집부터 지적해야겠다. 결론적으로 형편없다. 문맥에 맞지 않는 단어가 난데없이 나오고(“쟈코뱅파의 두목 로베스피에르”라니. 이것만은 아니다), 오자가 수도 없다. 게다가 편집도 대부분 양쪽 정렬인데, 어느 부분에 가서는 왼쪽 정렬처럼 보인다. 책 하나를 내는데, 게다가 재판을 내는데 이렇게 무신경할 수가…


책 내용도 그렇게 칭찬받을 만하지는 않다. 프랑스 혁명기에 활동한 수학자들이라는 상당히 신선한 주제를 이렇게 허무하게 날려버릴 수가 없다. 역사라고 할 수도 있고, 수학자 열전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 달리 말하면, 프랑스 혁명사에도 못 미치고, 그렇다고 수학사라고 하기도 그렇다. 혁명과 수학자들이 따로 노는 느낌이 든다. 그냥 수학자들이 그때 그렇게 지내면서 무슨 일을 했는지 정도의 간단한 소개에 그쳐 버렸다.


그 시기에 수학사에 이름을 남긴 수학자가 많은 것은 놀랄 만한 일이다. 여기서 다루는 수학자들 중 그래도 굉장히 익숙한 이름들만 들먹여도 다음과 같다. 콩도르세, 라그랑주, 르장드르, 쿨롱, 카르노, 라플라스, 푸리에, 앙페르, 가우스, 푸아송 등등. 혁명의 시기에 수학으로, 혹은 정치로, 혹은 군인으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인물들이 많았다. 어쩌면 시대가 인물을 만들었는지도 모른다.


사실 매우 흥미로운 주제다. 수학자들이 혁명의 시기에, 수학자로서 혁명과 정치에 참여했고, 혹은 수학을 잠깐 미루고 혁명의 대열에 참여하기도 했다. 또는 혁명세력과 왕정 세력 양쪽에 빌붙었던 인물도 있고, 고고히 수학 연구에 몰두했던 수학자도 있었다. 이들을 잘 구분하고, 그 인물들의 특징과 행보에 대해 조금만 깊게 들어갔다면 정말 재미 있는 책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


다소 아쉬운 책임에도 생각할 거리는 있다. 수학이라는 그지없이 이성적인 학문을 하는 이들도 세상과 관련을 맺고, 그에 깊이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었다는 사실이다. 그들은 대부분 시대와 세상의 부름에 기꺼이 응대했던 이들이었다. 수학으로도, 아니면 그 밖의 것으로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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