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워드 S. 베커, 『증거의 오류』
노사회학자 하워드 S. 베커의 『증거의 오류』는 증거 자체가 오류라는 책은 아니다(원제 자체가 그냥 “증거(Evidence)”다). 대신 사회과학 연구에서 증거를 수집하고 처리하는 데 있어서 오류에 빠질 수 있는 경우에 대한 경고이면서 제대로 된 데이터 수집, 증거 처리를 위한 조언이다. 말하자면, 사회과학이 제대로 대접받기 위해서 좀 제대로 하자는 충고라고 할 수 있다.
일단 베커는 자연과학에서의 연구 방법을 간단하게 정리하고 있다. 물리화학과 지질학의 연구에서 예를 찾고 있는데, 그건 어디서 찾든 그다지 다를 게 없다. 그가 얘기하고 싶은 것은 자연과학은 알고자 하는 것에 대한 데이터를 얻기 위해 각종 변수를 통제하기 위해 무척 애를 쓴다는 것이다. 단순히 자연과학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 아니라 정말 많은 것을 고려하면서 그것을 성취해낸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인정받을 수 있는 연구가 나온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자연과학이라서 통제가 가능하고, 사회과학은 사람을 다루는 학문이기 때문에 그게 불가능한 것인가? 베커는 그렇지 않다고 단언한다. 물론 그런 측면이 있긴 하지만, 자연과학만큼의 노력도 하지 않고 그냥 인정해버리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그는 사회과학의 연구 방법을 자연과학의 연구 방식에서 따와서 린네의 방식(정량 연구)과 뷔퐁의 방식(정성 연구)으로 나누고 있는데(베커 자신은 정성적 연구 전통을 가지고 있다고 인정하고 있다), 어느 방식이든 데이트를 잘 다룸으로써, 데이터가 잘못 될 가능성을 인식함으로써, 잘 통제된 데이터를 만들어낼 수 있으며, 그것을 통해서 객관적인 결론을 내릴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사회과학의 연구를 그냥 설문조사를 던지고, 그것을 통계 처리하여 결론을 내리는 것만으로 생각한다면 너무 단순히 생각하는 것이긴 하다. 하지만 많은 사회과학의 연구가 그런 방식을 무비판적으로 취하고 있는 것도 사실로 보인다. 그래서 할 때마다 다른 결과가 나오고, 또 연구자의 입맛에 맞게 결과를 주관적으로 해석하여 내놓는 경우도 허다하다. 그렇게 해서는 사회과학의 연구에 신뢰를 보낼 수가 없다.
베커가 자신의 연구 경험과 몇 가지 훌륭한 사례, 그리고 잘못된 사례 등을 통하여 데이터와 증거, 이론을 탐구한 것은 사회과학의 증거가 대부분 잘못되었다는 것을 얘기하고 싶은 것이 아니다. 사회학에 대한 깊은 애정을 가지고, 그 사회학이 사회의 구조를 이해하는 데,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잡는 데 유용한 학문이 되기를 바라는 것이다.
사실 이 책을 읽으며 다시 자연과학에 대해서도 생각해 봤다. 사회학자로서 자연과학의 방법과 그 노고에 긍정적이고, 그 방식에 대해 사회과학이 본받아야 한다는 식으로 쓰고 있지만, 실제 자연과학에서 이 사회학자가 말하는 방식만큼의 엄밀성을 띠고 있는지에 대한 반성이 필요하다. 우선 내 연구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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