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추전국 시대의 제자백가 철학은 죽은 철학인가? 그저 먼 옛날, 그것도 중국에서 여러 국가들이 쟁투하던 시절의 이야기일 뿐인가?
물론 계속해서 그때의 철학과 관련한 책들이 나오는 걸 보면, 그 책들은 모두 그 철학이 현대적 의미를 갖고 있다는 걸 강조한다. 그런데 그 철학들은 서양의 철학자, 오늘날의 철학과 어떻게 닮았고, 어떻게 다를까? 철학은 상황 의존적인가? 보편적인가?
김대근의 『어른이 되어 다신 만나는 철학』은 바로 제자백가 철학과 서양의 철학, 현대의 철학과의 대화를 시도하고 있다. 동양의 제자백가들이 서양의 철학자, 혹은 다른 제자백가의 인물들에게 자신의 생각을 펼치고, 또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다. 그렇게 제자백가의 철학은 현대의 말로 번역되고, 또 현대적 의미를 지니고 다가오도록 한다.
예를 들어보면 이렇다.
겸애(兼愛)를 주장했고, 전쟁에 반대하면서도 기술자로서 방어 전쟁을 수행했던 이른바 무사 집단의 우두머리였던 묵자는 알버트 아인슈타인과 반전 평화 운동에 대해서 토론하고, 토마스 아퀴나스와는 방어 전쟁의 논리를 옹호한다. 볼테르와는 민주주의에 대해 서로 다른 생각을 내세우며 대립하며, 존 스튜어트 밀과 백성들의 행복을 증신시키는 방법에 대해 논의한다. 모든 사람을 사랑하라는, 인류애에 관해서는 톨스토이와, 노동의 가치에 대해서는 칼 마르크스와 서로 공감하면서 조금 다른 관점도 피력한다.
이렇게 제자백가들이 토론하는 대상은 철학자만이 아니다. 작가도 있으며, 과학자도 있다. 이는 인류의 철학적 논의가 매우 보편적이라는 얘기다. 시대와 장소를 초월하며 서로 대화할 수 있는 철학이기에 어른이 되어서도 공부해야 하고, 늘 새롭게 벼려야 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다만 각 사상들에게 대한 설명이 (어른의 철학이라면) 조금 더 깊게 설명했어도 괜찮았을 것 같다.
이 책에서는 다른 책에서는 잘 다루지 않았던 ‘명가(名家)’에 대해서 새롭게 조명하는 것은 반가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