팟캐스트 ‘몰라도 아는 척’을 진행하는 청년(?)의 책이다. 한 사람은 도비, 또 한 사람은 양말이라는 닉네임을 갖고 있다(그 의미는 중요할 것 같지 않다). 방송의 내용을 정리한 책일 텐데... 그 무게감이 가볍지만은 않다. 방송이 물론 재미가 전혀 없으면 안 되겠지만, 내용을 보면 그들이 단순히 재미만을 위해 방송을 하는 것은 아니란 걸 알겠다.
책은 네 개의 PART로 구성되어 있다. PART 1은 민주주의에 대해, PART 2는 페미니즘에 대해, PART 3은 기후 위기에 대해, 그리고 PART 4는 미래 사회에 대해 쓰고 있다. 그런데 전체적으로 보면 가장 중심되는 단어는 뭐니뭐니 해도 ‘민주주의’다. 그런데 이 민주주의는 단순히 투표해서 많은 표를 받은 세력이 권력을 잡는, 그런 형식적인 민주주의를 의미하지 않는다(그런 것이라면 PART 1의 이야기 꼭지가 여섯이나 될 리 없으며, 다른 PART에서도 민주주의를 자주 들먹이지 않았을 것이다).
이들이 이야기하는 민주주의는 제도적 민주주의라기보다는 내용적 민주주의를 의미한다. 권력의 기반이 국민, 즉 민중에게 있고, 국민의 의사가 반영될 통로를 갖지만, 그 국민의 의사가 편협되거나, 일방적이지 않은, 그런 걸 의미한다. 그런데 왜 그들이 민주주의를 이야기할까? 바로 포퓰리즘 때문이다. 이들은(이들 뿐만이 아니다) 포퓰리즘이야말로 현재 민주주의의 최대 난적(難賊)이라고 꼽고 있다. 포퓰리즘은 카리스마를 가진 개인이 혐오적 언어와 행동으로 소외된 계층을 끌어모아 권력을 행사하는 것을 말한다. 바로 미국의 전 대통령 트럼프가 그랬다. 이런 포퓰리즘이 민주주의가 가장 발달한 것으로 평가되는 미국에서 정점에 달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미국뿐만 아니라 세계 각지에서 발흥하고 있다는 것은 현재의 민주주의가 위기에 처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저자들은 우리나라 얘기를 하고 싶었겠지만, 오해를 살 것 같아서 차마 언급은 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도 다를 바 없다는 얘기다.
저자들은 차별 금지법 등을 통해서도 민주주의를 이야기하는데, 바로 포퓰리즘이 그런 차별을 옹호하고, 혐오를 부추기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차별을 싫어한다고 말은 하지만, 마음 속 깊은 곳에, 아니 조금만 부추기면 튀어나오는 것이 편견이고 차별이다. 그것을 억제시키고, 모두가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사회로 나아가는 길은 제대로 된 민주주의 뿐이기 때문에 저자들은 민주주의를 이야기한다.
사실 이들이 페미니즘을 공부하고, 이야기하는 것도, 기후 위기에 대해 경고하고 해결책을 강구할 것을 촉구하는 것도 민주주의와 관련이 있다. 페미니즘은 차별에 대한 반대이며, 함께 살아갈 방법을 고민하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으며, 기후 위기 역시 마찬가지다. 민주주의가 제대로 실현되지 못하는 상황에서는 페미니즘은 설 자리를 잃으며, 기후 위기는 인식은커녕 더욱 심화될 뿐이다.
더하여 PART 4에서 다루는 여러 주제들은 정말 고민해보고 민감한 문제들이다. 존엄사, 동물의 권리 문제, 메타버스, 그리고 지방의 소멸(연계된 인구 감소로 인한 국가의 소멸) 문제. 어느 하나 편하게 생각할 수 없는 문제들이다. 이들의 고민을 통하여 나도 고민하게 되는 계기가 된다.
이들은 여기의 내용을 처음부터 잘 알아서 방송을 하고 책으로까지 낸 게 아니다(그렇게 밝히고 있다). 그들은 공부했다. 잘 모른다는 것을 처음부터 인정하고, 그렇다면 공부하고 알리자는 태도다. 그렇게 해서 조금씩 정리된 결과물 중 하나가 바로 이 책이다. 정말 알아야 할 것이 많은 세상에서 모두를 알 수는 없다. 하지만 알고자 하는 태도는 존중받아야 한다. 그것은 자신이 모자라다는 겸손에서 나오는 것이며, 그런 각성에서부터 조금씩 조금씩 배워나가는 태도 자체가 지성이다. 반(反)지성이 무엇인지는 이 지점에서 분명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