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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일의 역사, 과연 잊어도 되는 것인가?

김용진+박중석+심인보, 『친일과 망각』

by E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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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연히 그럴 것이라는 걸 알고 있는 것과 실제 그렇다는 것을 보고, 읽는 것은 다르다. 친일파가 청산되지 못하고, 오히려 해방 이후, 독재 시대를 거쳐 민주화 시대에 이르기까지 그 후손들이 계속 부와 명예, 권력을 누리고 있다는 것 말이다. <뉴스타파>가 6년 전에 시리즈로 보도했던 “친일과 망각”이라는 프로그램의 내용을 책으로 읽으면서 청산되지 못한 친일의 역사가 뼈아프다는 생각을 다시 하게 된다.


반민특위의 실패에서 비롯되어 계속해서 이어진 친일 청산 실패의 역사는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특히 친일파의 후손들은 선대의 친일 행적으로 혜택을 받고 지금의 위치에 오르는 데 도움을 받은 것이 분명함에도 대부분 그런 친일 행적을 부인하거나 궤변을 늘어놓는다. 친일이 아니었다거나, 혹은 친일이 강압에 의한 것이었다거나, 그 당시 누구나 그랬다거나 하는 식으로 말이다. 그리고 그런 인식은 독립운동가와 그 후손들에 대한 폄훼로 이어지기도 한다(독립운동가의 후손들이 대충 살아서 가난하다는 한 만화가에 대한 뉴스가 나올 때 정말 자괴감이 들었었다. 그걸 처벌할 수 없다는 뉴스는 허탈하기도 했다). 물론 조상의 행적에 대해서 후손을 대신 처벌할 수는 없다. 하지만 적어도 인식은 하고, 사과를 하는 것이 국가 공동체에 대해 그토록 큰 해를 입힌 이들의 후손으로서 마땅한 도리가 아닌가 싶다.


해방된 지 80년이 다 되어가는데 아직도 이렇게 친일 청산 얘기를 하는 걸 오래 지난 일이라고, 아직도냐고, 혹은 국민 통합을 위해 바람직한 일이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을 제대로 하지 못한 지난 수십 년의 역사를 반성부터 해야 하는 것이 옳다. 그리고 책에서 말하듯 외세가 상수인 우리나라에서 이런 정리가 이뤄지지 못한다면 언제고 다시 그렇게 외세 편에서 서서 조국과 민족을 배반하는 일이 아무렇지도 않게 벌어질지도 모른다. 친일의 역사, 그냥 쉽게 잊어버려도 되는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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