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먼 윈체스터, 『세계를 바꾼 지도』
윌리엄 스미스(William Smith). 솔직하게 이 평범한 이름을 들어본 적이 없다. 당연하게도 이 인물에 관한 이야기도 들어본 기억이 없다. 어쩌면 이 사람의 이름과 업적은 지금 기준으로 기억하지 못해도 괜찮을 만한 것일 수도 있고, 또는 절대 그래서는 안 되는 것인데도 그런 것일 수도 있다. 그런데 우리가 찰스 다윈의 업적을 기리는 정도를 생각하면 이 사람의 업적 정도는 어디선가 한번쯤 들어봤어야 하지 않나 싶다. 찰스 다윈은 너무했다 싶으면, 그의 생각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었다는 『지질학 원리』의 찰스 라이엘은 어떤가? 찰스 라이엘을 앞선 세대의 지질학자로서 윌리엄 스미스가 현재 잊혀진 상황을 보면 조금은 불공평하단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다.
그럼 윌리엄 스미스라는 인물은 무슨 일을 했을까? 그가 남긴 것은 영국의 지질도이다. 영국 전역의 지층 분포를 색으로 표현한 지도. 사이먼 윈체스터는 세계 최초의 지질도인 이 지도를 ‘세계를 바꾼 지도’라고 했다. 그렇다면 이 지도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길래 ‘세계를 바꾼 지도’라고까지 했을까? 우선 윌리엄 스미스가 활동한 시기를 봐야 한다. 1800년 초반이었다. 아직 다윈의 진화론이 세상에 충격을 주기 전이었다. 성경의 기술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사람도 많았지만, 과학적 사고가 조금씩 퍼져 나가고 있던 시기였다. 지질학은 지구의 나이가 성경에서 얘기하는 것과는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는 가장 중요한 학문이었다. 지층의 분포가 규칙적이며, 지층이 생성된 연대가 서로 다르고, 각 지층마다 발견되는 화석이 달라 지층이 언제 생긴 것인지를 알 수 있다는 것을 지도를 통해 보여준 윌리엄 스미스야말로 바로 그 지질학을 있게 한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다. 비록 그는 진화론에 대해서 아무런 주장도 하지 않았지만, 지구라는 존재가 성경에서 얘기하는 것과는 전혀 다르다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진화론이 탄생할 수 있는 바탕을 깔아 주었다는 의미에서 세계를 바꾸었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그의 정보는 산업혁명 시대에 광물의 정보를 광범위하고 정확하게 제공함으로써, 산업적인 의미에서도 세계를 바꾸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윌리엄 스미스는 이른바 고상한 신분이 아니었다. 자신의 경험으로 지질학적 지식을 얻었다(‘지질학을 실천’하는 사람이었다). 그런 신분으로 당시 처음 생긴 (주로 귀족을 비롯한 고상한 신분의 사람들로 이루어진) 지질학회에 회원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자신의 업적마저 표절당하기까지 했다. 그런 일 때문만은 아니었지만, 빚에 쪼들리며 채무자 감옥에까지 수십 일 갇히기까지 했다. 그러나 그의 경우는 해피엔딩이었다. 결국은 그의 업적은 인정받았고, 울러스턴 메달이라는 지질학 분야의 최고상을 최초로 받은 사람이기도 했다.
그러나 그의 이름과 업적은 거의 잊혀졌다. 그 이유는 알 수 없다. 어쩌면 지금은 그렇게 각광받는 학문 분야의 선구자인 탓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의 삶과 시대를 복원한 사이먼 윈체스터의 책은 과학이란 그냥 툭 튀어나오는 것이 아님을 잘 보여준다. 그리고 진짜 선구적인 과학은 그냥 편하기 나오는 것이 아님도 잘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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