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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염병의 전파는 국가와 사회와 밀접히 연관되어 있다

셸던 와츠, 『전염병과 역사』

by ENA

역사에서 창궐하여 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앗아간 전염병을 단순히 병을 일으키는 세균과 바이러스와 같은 병원체와 그 병원체에 감염되는 사람의 관계로만 볼 수 있을까? 물론 그 둘 사이의 관계가 맺어지지 않으면 감염이라는 것 자체가 일어날 수 없으니 중요한 요소임에 분명하지만, 감염이 사회에서 일회적 사건이 되지 않고, 사회 전체에 퍼지고, 많은 사람이 감염되어 죽어나가는 상황은 단순히 둘 사이의 관계로만 파악되고 해석될 수 없는 것이다. 거기에는 그 관계를 뒷받침하는 사회적 맥락이 있으며, 또 권력의 문제가 있다. 셸던 와츠의 『전염병과 역사』는 바로 그런 시각에서 쓰여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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셸던 와츠는 역사 속의 모든 중요한 감염병을 다루겠다고 덤비지는 않았지만, 사회와 권력을 이해함으로써 감염병을 보다 더 잘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감염병들에 대해서 깊게 파고들어감으로써 그 관계를 보다 더 명백히 드러내고자 했다. 그가 다루고 있는 감염병(혹은 전염병은 나병, 천연두, 매독, 콜레라, 황열병과 말라리아이다. 인류를 괴롭혀오고, 세계사를 바꾸었다고 얘기되는 감염병을 망라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가 분석하고 있는 이 질병들은 특히 사회적인 맥락에서, 국가 권력의 차원, 그리고 세계사적으로는 제국과 식민지의 관계에서 더 문제가 되었던 감염병들이다. 이 질병들은 기본적으로 가난과 관련이 있을 수 밖에 없는 것이었으며, 또한 무지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이 무지는 정말 잘 몰랐던 것이기도 했지만, 어떤 경우에는 의도적인 무지인 경우도 있었다. 이를테면 나병에 관해서, 중세 이후에 만연했으며, 특히 특정 민족(예를 들어 유대인)과의 연관성이 강조되었는데, 그게 과연 정말 나병인지에 대해서 확신할 수 없다. 그것은 바로 그 질병이 나병이라는 것을 증명하거나, 그 근거를 찾기보다는 일단은 (더러운 질병인) 나병으로 규정짓는, 의도적인 무지가 개입되었다. 이는 나병뿐 아니라 다른 질병에 인식과 규정이 인종이나(더 잘 걸린다는 것이나 잘 걸리지 않는 것이나 어느 쪽으로든), 민족, 혹은 계통에 관한 선입견, 내지는 차별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이 책은 다루고 있는 감염병들이 어떤 질병이며, 어떤 양상을 띠며 전파하고, 어떤 요인이 광범위한 전파를 가져왔으며, 이 질병으로 사회가 어떻게 변화했는지에 대해 많이 다루지 않는다(대부분의 감염병에 관한 책들이 그런 걸 다룬다). 대신 저자는 역사학자로서 그 사회와 국가를 이야기한다. 그리고 그 질병을 대하는 태도에 대해 광범위하면서도 깊이 있게 다룬다. 그래서 그는 그동안 잘못 알고 있었던 것들을 지적한다. 이를테면 미셸 푸코의 나병에 관한 관점이라든가, 콜레라의 전파에 관한 시각들이다. 아직은 저자인 셸던 와츠의 시각이 보편적으로 받아들여지는 것이라고 볼 수는 없을 듯하지만, 그래도 그의 작업은 전염병이 우리가 생각해오던 것보다 훨씬 더 사회와 밀접한 관련이 되어 있으며, 특히 전염병에 대한 생각은 더욱 그렇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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