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에 나온 대로 키프리스(KIPRIS)에서 내 이름으로 검색해 보면, 내가 발명자로 등록된 게 3건 나온다. 그렇다면 나도 발명가인가 싶을 테지만, 한 번도 그런 생각은 가져본 적이 없다. 연구 과정에서 나온 것을 특허 등록을 했을 뿐이다. 발명을 업체에 넘겨서 조금 받은 것은 있지만, 그게 크게 돈이 되지도 않았다. 그 후로는 특허에 대해서 크게 의식하지 않았다. 내 연구가 직접 돈이 된다고 생각하지 않았고, 또 좀 귀찮은 일이라 생각했다. 주변에서 회사를 차리는 것을 보면서도 저 길은 내 길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러다 작년에 어느 출판사 대표와 얘기를 나누던 중에 교수가 55세 쯤 되면 새로운 길을 모색하는데, 그중에는 책을 쓰는 것, 회사를 차리는 것 등이 있었다. 그런데 회사를 하려면 특허라는 게 필요하겠구나, 해서 잠깐 관심을 가지기도 했다. 내가 하는 일 중 특허를 내고, 또 사업화할 수 있는 게 있을까 싶어서. 오래지 않아 아직은 지금 일을 더 해야겠다 싶었고, 또 회사보다는 나는 책을 쓰는 쪽이 맞겠다 싶어 특허 쪽은 다시 알아보지 않았었다(그런데 생각해보니 책도 지식재산권이다).
그러다 이 책을 만났다. 제목이 “특허, 지식재산권으로 평생 돈 벌기”라고 되어 있어 그냥 놀고 먹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지만, 정작 내용은 그렇지 않다. 특허와 지식재산권이 왜 필요한지, 그것을 어떻게 확보하고, 사업화할 것인지에 대해 알려주고 있는 이 책은, 실제로는 아주 열심히 살아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새로운 것을 발명하는 과정도 그렇고, 그 발명을 통해 특허를 얻고, 사업화하는 과정 등이 절대 만만하게 볼 일이 아니며, 또 많은 준비와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이 책은 이야기한다.
우선 저자는 특허나, 지식재산권으로 인생 역전을 일군 사람들을 소개하고 있다. 몇 사람 되지 않지만, 그들의 성공은 젊은이들이 꿈을 꾸는 데 본보기가 된다. 그저 이런 사람들이 있으니 당신도 성공할 수 있다고 부추기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성공이 우연에 기댄 것이 아니라, 그런 성공을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를 보여주고 있으며, 또 어떤 역경이 있었는지를 이야기한다. 그 이야기 속에서 성공의 열쇠를 찾아내는 것이 독자의 몫인데, 사실 그다음부터 이어지는 내용들이 그것을 대신 알려주고 있는 셈이다.
생활 속의 아이디어를 발명으로 구체화하는 방법, 그 아이디어 내지는 발명이 얼마나 가치가 있는 것인지를 확인하는 방법(이를테면 선행기술조사), 산업적으로 실현 가능한지를 따지는 과정을 알려준다. 특허의 의미와 그것이 가지는 가치와 한계 등에서도 친절하게 설명해준다. 어떻게 등록해야 하며, 그 과정에서 변리사와는 어떻게 접촉하고 이용해야 하는지도 알려주고 있다. 그리고 그밖에 다른 제도들, 실용신안권이라든가, 상표, 디자인, 저작권, 신지식재산권과 같은 것들이 어떤 의미를 지니는 것이며,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를 생생한 예를 통해서 알기 쉽게 설명해주고 있다. 또한 이런 것들을 실제 산업화하는 데 정부의 지원을 어떻게 받을 것인지, 제도를 알려주고 있어 이 책이 그저 이론만을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활용 가능한 상황으로 잘 안내하고 있다.
이 길을 따라간다고 모두 다 성공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이 책도 다른 사람의 특허를 침해하는 경우라든가, 자신의 부주의로 인해 특허를 잃는 경우 등 실패의 상황도 염두에 두어야 하고, 그 경우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도 알려주고 있다. 그만큼 창업이라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며, 실패의 가능성도 대비해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 실패의 가능성을 줄이고, 또 잘 되지 않았을 때 다시 일어나기 위한 여력을 갖추기 위해서 이런 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모든 과정에서 빠뜨려서는 안되는 것을 잘 확인하여 시행착오를 줄이고, 중요한 점이 무엇인지를 파악하여 집중할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저 꿈이 있고, 또 아이디어가 있다고, 열심히 한다고 무조건 성공할 수 없다. 꿈을 현실화할 수 있는 구체성이 있어야 하고, 아이디어를 사업화는 데는 전략이 필요하다. 무조건 열심히 하는 것보다 효율적으로 일을 해야 한다. 도움을 받을 수 있다면 어떤 도움도 마다하지 않아야 한다. 그 전에 자신이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그 과정에 어떤 어려움이 도사리고 있으며, 그것을 어떻게 헤쳐나가야 하는지 미리 파악해두고 있어야 한다. 그 과정에 이 책은 적지 않은 도움을 줄 수 있을 것 같다.